환경부, 환경표지 인증 품목 확대 및 기준 강화
조건 까다로운 프리미엄 인증도 확대
편집자주
갈수록 환경에 대한 관심은 커지지만 정작 관련 이슈와 제도, 개념은 제대로 알기 어려우셨죠? 에코백(Eco-Back)은 데일리 뉴스에서 꼼꼼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환경 뒷얘기를 쉽고 재미있게 푸는 코너입니다.
제품을 구매할 때 한번쯤 녹색 글씨로 '친환경' '환경부'라고 쓰인 로고를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에너지와 자원의 소비를 줄이고 오염물질 발생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제품에 표시하는 환경표지인데요. 사무용 기기·가구 및 사무용품, 주택·건설용 자재·재료 및 설비, 개인용품 및 가정용품, 가정용 기기·가구 등이 인증대상에 해당합니다.
환경부, 친환경 프리미엄 인증 품목 확대
환경부가 지난달 31일 '환경표지 대상제품 및 인증기준'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해 대상 제품 확대와 인증 기준 강화를 예고했습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프리미엄 인증 대상 품목을 확대하고 인증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겁니다. 프리미엄 표지 인증을 받은 제품엔 기존 로고에 '프리미엄'이라는 글자가 추가돼 일반 환경표지 인증과 차별화됩니다.
기존에도 페인트, 세탁서비스, 가구, 에어컨 품목에 한해 프리미엄 인증이 있긴 했지만, 인증받은 제품이 거의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였습니다. 프리미엄 인증 품목이 의류, 주방·가정용 세제, 샴푸 및 바디워시, 노트북·모니터 등 소비재로 확대되면서 벌써부터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환경표지 인증을 받더라도 공공기관 의무구매 품목에 포함되는 것을 제외하면 세제혜택과 같은 큰 혜택이 주어지진 않습니다. 그런데도 왜 기업들은 앞다퉈 친환경 인증 경쟁에 나서는 걸까요?
너도나도 친환경… 환경표지 인증 제품 증가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환경표지 인증을 받는 기업과 제품 수는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 2019년 1월 3,851개 업체 1만4,755개 제품에서 1년 만에 4,241개 업체 1만6,432개 제품으로 늘어났고, 지난해 1월엔 4,507개 업체 1만7,848개 제품, 올해는 4,596개 업체 1만8,210개 제품으로 늘어났습니다. 너도나도 환경표지 인증을 받다 보니 친환경 제품이 아니면 차별화되기 어려운 현실이 된 겁니다.
인증받은 품목도 다양합니다. 흔히 친환경 인증이라고 하면 환경오염 가능성을 줄인 세제류나 포장재 등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지난달까지 인증을 받은 제품들을 살펴보면 프린터, 컴퓨터 모니터 같은 사무용 기기, 발광다이오드(LED) 등기구 등 전기자재류, 수도·배관 자재류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았습니다.
일부 대기업들은 환경표지 인증에서 더 나아가 선제적으로 친환경 제품을 만들기도 합니다. 전자제품으로 유명한 A기업은 영국에서 탄소저감인증을 받는 등 세계 각국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았습니다.
주방·세탁용품으로 유명한 B기업은 친환경을 기업의 슬로건으로 내세웠습니다. 이 회사에서 출시되는 주방세제는 1, 2개를 제외한 전 제품이 환경표지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기업들이 친환경을 강조하다 보니 일부 기업에서는 환경부의 친환경 인증 강화를 반기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우수한 친환경 제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죠. A기업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친환경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면 소비자에게 더 신뢰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몇몇 기업에는 프리미엄 인증 기준을 이미 충족한 제품도 있다고 합니다.
친환경, 기업엔 양날의 검
친환경 제품이 기업에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친환경 요소를 추구하다 보면 제품 본연의 기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탁세제를 예로 들어 볼게요. 과거에는 환경, 인체에 미치는 영향보다 기능에 초점을 맞춰서 세탁에 특화돼 있는 성분을 썼다면, 최근에는 인체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제품을 쓰지 않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물질이 제한돼 있습니다.
강화된 환경표지 인증을 받으려면 아무리 세탁 성능이 뛰어나더라도 발암성 물질이나 알레르기 유발물질, 특정 살균제 물질 등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프리미엄 인증을 받으려면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물속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는 물질도 사용 불가능합니다. 기능이 아무리 좋아도 유해물질로 분류돼 있다면 사용할 수 없어 자연스럽게 제품의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환경을 오염시켜도 안 되고, 뛰어난 성능을 기대하는 소비자의 눈높이까지 충족해야 하니 기업의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합니다.
소비 트렌드도 친환경화
그런데도 기업들이 친환경에 목을 매는 이유는 바로 '소비자'에게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점점 더 친환경 제품을 주목하기 때문입니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가 이달 초 이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2.2%는 환경표지 인증 부착이 환경 제품 구매에 '영향이 있다'고 응답했어요. 반면 영향이 없다는 의견은 6.3%에 불과했습니다. 실제로 응답자 절반 이상(53.8%)이 환경표지가 부착된 제품을 구매한 적 있다고도 응답했어요.
소비자가 친환경을 추구하다 보니, 너도나도 친환경 제품을 만들고 여기서 더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이젠 프리미엄 인증까지 받으려는 겁니다. B기업에서는 환경표지가 없는 주방세제는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해요. 기능이 유사한 제품을 선택할 때 친환경 제품인지 여부가 판단의 근거로 작용하는 거죠.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다보니 이제는 친환경도 프리미엄 시대가 열렸는데요. 친환경 제품,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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