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노동자 작업장 경험 공유 토론회
"다른 회사에서는 뺑끼치는(스프레이 도장작업) 일을 했어요. 이거로 입사를 했는데 3,4일이 지나고 부서실에 '뺑끼치러 언제 들어가냐' 물어봤더니 우리 반장님께서 '우리 사업장은 절대로 여성은 뺑끼로 칠 수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만뒀죠. 다른 회사에서 뺑끼 억수로 잘 쳤어요."
금속노조 소속 여성 노동자들이 사업장 내에서 구조적 성차별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산업 특성상 신체적 차이와 관행을 이유로 성별에 따라 직무가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은 주요 직무로의 진출 기회를 박탈당하거나, 능력이 있어도 성차별적 인식에 밀려났다는 것이다. 심지어 사측이 아닌 남성 노동자들의 반대로 여성 노동자 전용 화장실이나 휴게실조차 마련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함께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구조적 성차별은 있다'는 제목의 여성 노동자 작업장 경험 토론회를 진행했다. 기조발제에 나선 엄재연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상임연구위원은 금속노조 소속 69명(4개 업종, 21개 사업장) 여성 노동자의 면접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금속노조 여성 노동자의 작업장 경험'을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 노동자는 남성 위주인 제조업 시장에 진입하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고용 규모를 줄인 자동차 부품사들은 남성보다 여성 채용을 크게 줄였다. 2019년 자동차 부품사의 남성 노동자 수는 2014년의 93.9% 수준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여성 노동자 수는 86.1%로 줄었다. 여성 고용 감소율이 남성보다 7.8%포인트 더 높은 것이다. 실제로 면접에 참여한 부품사 11곳 중 6곳은 여성 신규 채용이 끊긴 상태였다.
일자리를 얻어도, 여성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임금이 적었다. △근력이 강한 남성을 중량물이나 기계설비를 다루는 업무에 배치하는 관행 △중노동 기준을 중량에 두는 관행이 원인이다. 엄 위원은 "중노동 기준을 중량으로 두다 보니, 여성이 남성과 같은 일을 해도 가벼운 노동을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한다"면서 "실제로 높은 곳에서 일하는 남성에 비해 밀폐된 곳에서 작업하는 여성의 위험성을 낮게 평가해, 저임금이 지급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남성 중심 문화까지 더해져 성차별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관리직 업무가 보통 남성 특화 업무로 정해지면서 관리자 자리는 남성만 꿰차게 된다는 것이다. 한 제조업 여성 노동자 A씨는 "반장 등 관리직이 퇴사하면 꼭 남자로 채워진다"면서 "여자를 반장으로 (정하는) 이런 생각은 전혀 안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 노동자들은 휴식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엄 위원은 "공장 설계 단계에서부터 성별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아, 완성차업체의 여성 화장실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여기엔 '남성의 공간을 내줄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남성 노동자의 반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김은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여성문화실장도 "여성 탈의실, 샤워실, 휴게실 등의 부족 문제를 개선하려 협의하고 있는데, 회사보다 남성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기 힘들어 현실화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엄 위원은 노동조합 내 여성의 대표성이 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조 안에서도) 여성 간부의 능력과 의견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면서 "여성 간부 수 확대뿐만 아니라, 실질적 권한 부여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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