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4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본다’는 말은 사주팔자에서 연유됐다. 생활 속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말과 행동, 관습들을 명리학 관점에서 재미있게 풀어본다.
매년 6월 14일은 '세계 헌혈자의 날'이다. 1901년 ABO 혈액형 분류법을 고안한 미국 병리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 박사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
인간이 서로 다른 혈액형으로 진화한 이유는 새로운 질병이 유행해도 생존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실제로 인종이나 지역에 따라 혈액형은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A형이 34.5%, B형 27.1%, O형 27.0%, AB형은 11.4%로 가장 적다. ('What am I?')
혈액형 분류법은 올바른 수혈로 이어져 수많은 생명을 구하게 됐다. 이 공로로 란트슈타이너 박사는 1930년 노벨상을 받았다.
하지만 20세기 초 ABO 혈액형 분류법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폴란드 생물학자 히르슈펠트는 병사들의 혈액형 중 유럽인에게는 A형이, 비유럽인에게는 B형이 많은 것으로 유럽인의 우수성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또 독일 에밀 폰 둥게른 박사는 '혈액형의 인류학'이라는 논문에서 혈액형에 따른 인종 우열 이론을 펴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는 '혈액형을 통한 기질 연구'라는 논문이 발표되면서 처음으로 혈액형과 사람의 성격을 연결했다.
혈액형에 대한 인종적 우월성과 심리학 등 비과학적인 주장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대부분 사라졌다. 소강상태를 보였던 혈액형 심리학은 1971년 일본 작가 노미 마사히코의 '혈액형으로 알 수 있는 상성'이라는 저서를 통해 다시 소환했다. 이에 따르면 혈액형으로 나눌 수 있는 성격은 4개다. 대략 A형은 소심하고, O형은 적극적이고, B형은 이기적인 나쁜 남자이고, AB형은 변덕이 심하다는 식이다. 처음 제기됐던 혈액형 성격과 크게 차이가 없다.
혈액형에 따라 취약한 질병이 있다는 연구는 있으나 혈액형 심리학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음에도 유독 한국과 일본에서만 존재한다. 최근에는 MBTI(성격 유형 검사)가 혈액형 심리를 대신하며 유행하고 있다.
MBTI는 2차 세계대전 징병제로 인한 인력 부족을 여성들로 대체하면서 성격 유형에 따라 적합한 업무를 찾도록 만들어진 분류방식이다. 심리학자 칼 융의 이론을 근거로 1944년 미국에서 작가 캐서린 쿡 브릭스와 딸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가 만들었다. 두 개의 태도 지표인 외향형(E)과 내향형(I), 판단형(J)과 인식형(P), 두 개의 기능 지표인 감각형(S)과 직관형(N), 사고형(T)과 감정형(F) 등 네 개의 분류 기준을 조합해 16가지 유형의 성격으로 나눈다.
70여 년 전에 만들어진 MBTI는 가벼운 대화 소재였던 혈액형 성격과 달리 상당히 진지하고 공식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의류회사에서 MBTI 유형별로 입어야 할 옷을 출시하고, 결혼정보업체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주식 투자 상품에도 성향별 추천 종목이 생겨났다. 최근 한 대기업에서는 "MZ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팀장급 이상 전원이 MBTI 검사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MBTI가 이처럼 마케팅 도구와 사람에 대한 새로운 판단 기준이 되고 있지만, 사람의 심리는 그리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이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심지어 MBTI를 주관하는 마이어스-브릭스재단마저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들을 선별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며 불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혈액형이나 MBTI 모두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화제가 된 것이 화면 밖에서는 다큐가 된 것은 인간의 '생존 본능' 때문이다. 인류는 진화하면서 위험인물에 대한 회피 본능을 갖고 있다. 대안으로 가장 쉬운 방법이 상대를 단순화하고 범주화시키는 것이다. 이때 혈액형이나 MBTI는 매우 유용한 틀로 사용될 수 있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이 같은 것에 의존하는 것은 사람의 오래된 속성이다.
참고로 태어난 연월일시(年月日時)를 60갑자(甲子)로 변환해 사람의 기질 등 운명을 감정하는 사주(四柱)는 연(60), 월(12), 일(60), 시(12)를 곱해 총 51만8,400개나 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