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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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치 곤란 쓰레기에서 일약 귀한 몸으로 거듭난 다양한 폐기물을 놓고 세계는 이미 치열한 확보전쟁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고철 확보전이다.
탄소중립 필수 사다리, 고철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2018년 배출량 대비 35%로 높아졌다. 특히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철강산업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철광석과 함께 석탄을 구운 코크스를 원료로 사용해 막대한 이산화탄소 배출을 피하기 어려운 용광로 공법은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질 태세다. 대신 고철을 녹여 사용하는 전기로 공법이 수소환원제철 방식의 완전 탄소중립까지 가는 중간 단계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로 방식은 용광로 방식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에 불과하다. 포스코는 이미 용광로에 고철 투입 비중을 15%에서 20%로 올린 데 이어, 2025년까지 30%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뿐이 아니다. 세계 철강 생산의 57%(11억 톤)를 차지하는 중국도 탄소중립을 위해 현재 약 10%인 전기로 생산 비중을 2030년 40%까지 늘리고, 용광로에 투입하는 고철량도 30%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재 2억 톤 수준인 고철 수요도 모자라 수입 중인 중국이 앞으로는 연간 6억 톤의 고철을 필요로 하는 셈이다.
이에 각국은 고철 확보를 위해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고철에 수출관세 40%를 부과해 사실상 수출을 금지하는 한편, 최근엔 수입관세 2%마저 폐지했다. 수시로 고철 수출을 중단해 온 러시아는 지난해 수출관세를 톤당 15유로에서 70유로로 370%나 인상했다. 말레이시아도 수출관세 15% 부과에 들어갔다. 아직 수출 규제가 없는 미국과 일본도 조만간 고철 물량 방어에 나설 전망이다.
음식쓰레기도 귀한 대접
코를 찌르는 악취로 기피 대상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던 음식물쓰레기도 각국이 주목하는 자원이다. 한국은 2005년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 제도를 도입한 이후 통계상 재활용률이 96.2%(2019년 기준)에 달하는 음식물쓰레기 선진국으로 꼽히지만 실제 퇴비, 사료 등 유용한 자원으로 재사용되는 비율은 극히 낮은 형편이다.
이에 반해 정부의 지원 아래 일찍이 1996년부터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사업을 시작한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 기준 연간 음식물쓰레기로 만든 퇴비 생산량이 250만 톤에 달한다. 독일은 음식물쓰레기를 바이오가스로 만들어 전력을 생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20년 독일의 바이오가스 전력 생산량은 한국 전력 사용량의 15%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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