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감염 동북아서 첫 사례
증상 자진신고 안 하면 알 수 없어
방역당국 부랴부랴 검역 허점 보완
국내에서 첫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나왔다. 해외 유입 사례이지만 내국인이 감염되면서 코로나19에 이어 원숭이두창 방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지난달 원숭이두창 검역을 강화했음에도 공항에서 의심환자를 걸러내지 못하는 등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다. 서둘러 방역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2일 원숭이두창 의사환자(의심자) 2명을 진단검사한 결과, 독일에서 입국한 30대 내국인 A씨가 최종 양성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A씨는 21일 오후 4시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입국 전인 18일부터 두통 등 의심 증상을 보였다. 입국 당시에도 37도의 미열, 인후통, 무력증, 피로 등 전신증상 및 피부병변을 보였다. A씨는 입국한 뒤 자진 신고해 의사환자로 분류됐다. 현재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인 인천의료원으로 이송돼 치료 중이다. 발열 증상이 있지만 건강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방역당국은 A씨의 감염 경로에 대한 심층 역학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 없어… 탑승객 일부만 중위험 접촉자
A씨와 밀접접촉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숭이두창은 감염자나 동물,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질과의 접촉으로 감염된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A씨는 의심신고로 공항 검역대부터 안전하게 인계됐기 때문에 특별히 주의할 만한 다른 접촉자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행기에서 A씨와 가까운 자리에 앉아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승객 8명은 '중위험 접촉자'로, 근처에 있던 승객, 승무원 등 41명은 '저위험 접촉자'로 분류해 21일간 경과를 관찰하기로 했다. 원숭이두창 잠복기가 최대 3주이기 때문이다. 접촉자는 '고위험-중위험-저위험' 3단계로 나누는데, 고위험군은 21일간 격리하게 된다. 현재까지 격리가 필요한 고위험 접촉자는 없다. 중위험군은 격리 없이 21일간 능동감시를 받고, 저위험군은 수동감시 대상이 된다.
임숙영 상황총괄단장은 "(A씨) 앞뒤, 좌우 또는 대각선에 앉은 승객의 경우 약간의 위험이 존재하는 접촉자로 본다"며 "같은 비행기에 탑승한 승무원, 승객 모두 접촉자로 분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심 환자였던 외국인 B씨는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왔다. 수포성 피부병변 증상을 보였는데, 이는 원숭이두창이 아닌 수두 감염에 따른 증상으로 확인됐다. 19일부터 이상 증상을 보인 B씨는 20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고, 21일 부산 소재 병원을 방문해 격리됐다.
입국 발열 기준 강화… 뒤늦게 해외 유입 감시체계 개선
그러나 B씨 입국 과정에서 검역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났다. B씨는 A씨와 달리 입국 때 작성하는 건강상태질문서에 '증상 없음'으로 표시해 제출했다. 발열 체크도 정상체온으로 나와 통과했고, 부산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앞서 방역당국은 원숭이두창을 2급 감염병으로 지정하고 위기 경보 단계를 '관심'으로 높였지만, A씨처럼 스스로 신고하지 않으면 의심환자를 걸러낼 수 없는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방역당국은 부랴부랴 후속 대책을 내놨다. 원숭이두창 감염 위험이 높은 27개국에 대해선 '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해 검역 수준을 강화했다. 감염자가 빈발하는 영국·스페인·독일·포르투갈·프랑스 등 5개국에 대해선 발열 관련 유증상자 기준을 37.5도에서 37.3도로 낮췄다.
또 본인의 건강 상태를 신고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안도 강구할 계획이다. 임 단장은 "건강상태질문서를 허위로 신고한 경우 검역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그리고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며 "해외 입국자들은 검역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위기 경보 단계는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됐다. 이에 따라 전국 시군구에 '지역방역대책반'을 설치하는 등 비상방역체계 가동 준비에 들어갔다. 원숭이두창 관련 교육과 정보 제공 등 지역 의료기관과 긴밀한 협조 체계를 갖춰 의심환자 신고가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감염자와 접촉한 경우 희망자에 한해 비축한 2세대 백신을 맞힐 계획이다. 3세대 백신 도입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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