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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장 후보 면접→통제안 마련→인사 번복... 새 정부, 노골적 '경찰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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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장 후보 면접→통제안 마련→인사 번복... 새 정부, 노골적 '경찰 길들이기'

입력
2022.06.23 00:1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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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찰 고위직인 치안감 인사를 단행했다가 불과 2시간여 만에 번복한 초유의 사태를 둘러싸고 후폭풍이 거세다.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 측은 22일 일제히 ‘인사 개입설’을 부인하며 단순 해프닝이라고 입을 맞췄다. 그러나 의심쩍은 부분은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정부는 경찰이 행안부의 경찰 통제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마자 기습적으로 ‘심야’ 인사를 단행했다. 당연히 “인사를 통한 노골적 경찰 길들이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경찰 장악 드라이브’에 속도가 붙었다는 해석이 많다.

정부, 인사 번복 '실수'라지만...

김창룡 경찰청장이 22일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창룡 경찰청장이 22일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전날 오후 7시 10분 치안감 28명의 승진ㆍ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치안감은 경찰청장(치안총감)과 치안정감(7명)에 이은 고위직이다. 그런데 이날 인사는 여러모로 이례적이었다. 저녁 시간에 발표한 것도 그렇고, 발령일자를 이튿날(22일)로 못 박은 것도 과거에 없던 일이다. 갑자기 인사 소식을 접한 시ㆍ도청장들은 이임식도 열지 못한 채 부랴부랴 짐을 싸야 했다. 경정급 간부는 “경찰 밥 먹은 지 20년이 넘었지만 이런 황당한 인사는 처음 봤다”고 했다. 마침 치안감 인사 두 시간 전 경찰청이 행안부의 경찰 통제안에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터라 경찰 안에선 “새 정부에 복종하라는 신호”라는 뒷말이 무성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치안감 인사안 발표 다시 두 시간여 뒤 정부는 이들의 내정 사실을 취소하고 새로 인사 발령을 냈다. 28명 중 무려 7명의 보직이 바뀌었다. 경찰청은 당초 “경찰 실무자의 실수”라며 단순 착오로 치부했다. 하지만 재차 확인하는 과정에서 “행안부에서 최종본이 아닌 안을 잘못 보냈다”며 해명을 번복했다. 누가 봐도 의구심을 품을 법했다. 경찰 관계자는 “치안감 인사를 당일 통보한 것도, 그리고 두 시간 만에 인사를 뒤집어버린 것도 전례 없는 일”이라며 “정권 차원에서 인사에 개입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작심 비판했다. 보직이 변경된 한 치안감도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어이없어했다.

파장이 커지자 대통령실과 경찰청, 행안부는 이날 “인사 번복은 아니다”라며 수습에 열을 올렸다. 경찰청 관계자는 “행안부에 파견된 치안정책관이 최종본이 아닌 이전 버전의 인사 명단을 잘못 보내줬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치안정책관(경찰 경무관)은 전날 오후 7시 복수의 인사안 중 ‘구버전’을 경찰청 인사 담당자에게 메일로 보냈고, 담당자는 10분 뒤 인사안을 경찰 내부망에 공지했다. 이후 오후 8시 치안정책관이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최종안과 다르다”며 수정을 요청하자 경찰이 내부 확인 절차를 거쳐 오후 9시 30분 언론에 최종안을 공개했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실도 “대통령은 인사안을 수정하거나 변경한 사실이 없다”고 했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 역시 “경찰이 희한하게 (대통령) 결재도 나기 전에 먼저 공지를 해서 사달이 났다”고 했다. 해프닝이라는 것이다.

정권 실세 입김? 내용도 "경찰 길들이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서울경찰청을 방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창룡 경찰청장. 뉴시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서울경찰청을 방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창룡 경찰청장. 뉴시스

의혹 가득한 절차도 그렇지만, 인사 내용도 경찰 길들이기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경찰 관계자들은 강원청 자치경찰부장에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형사국장으로 승진ㆍ내정된 김희중 치안감을 정권의 입김이 미친 대표 사례로 지목한다. 강원청에서 치안감 승진자 배출이 처음인데다, ‘정보통’으로 분류되는 그를 핵심 요직인 국수본 형사국장으로 밀어붙인 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혹의 배경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강원 출신 여당 핵심 인사들이 있다. 경찰청 한 간부는 “앞으로 승진하려면 청장이 아니라 정권 실세와 행안부 장관한테 잘 보여야 한다는, 단적인 본보기”라고 직격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일련의 흐름은 ‘인사권’을 무기로 14만 경찰을 통제하겠다는 새 정부의 노림수를 수면 위로 끌어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4일과 이달 2일 임기가 보장된 국수본부장을 제외한 치안정감 승진 인사를 ‘깜짝’ 발표했다. 수장을 먼저 지명한 뒤 새 지휘부를 구성하는 관례를 깨고 청장 후보군부터 ‘물갈이’한 것이다. 당시 이 장관은 치안정감 승진 대상자들을 개별 면담해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전날 권고안 형태로 공개된 ‘경찰지원조직’ 신설도 시행이 유력하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정부 임기 초반에 경찰을 확실히 휘어잡겠다는 시나리오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김도형 기자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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