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최측근 김철근 정무실장 징계 절차도 개시
이양희 윤리위원장 "만장일치로 결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상납 논란과 관련한 증거인멸 의혹 문제를 심의한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22일 이 대표를 내달 7일 불러 직접 소명을 들은 뒤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수순에 들어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길어지는 절차가 당의 혼란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는 걸 모든 구성원이 알고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이날 국회 본관에서 오후 7시부터 약 5시간 동안 이어진 윤리위 회의를 마친 뒤 "내달 7일 회의를 열어 이 대표의 소명을 들은 뒤 징계 여부와 수위를 심의·의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윤리위원 9명 중 8명이 참석했으며, "모두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이 위원장은 강조했다. '이 대표의 소명 절차만 남은 것이냐'는 질문에는 "징계할지, 안 할지는 소명을 다 들어야 안다"고 말했다.
윤리위는 특히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에 대해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한 품위유지 위반을 이유로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김 실장은 성상납 의혹 제보자를 만나 ‘7억 원 투자 각서’를 써주며 증거인멸을 시도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윤리위가 이날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했던 김 실장을 징계 대상에 올린 만큼 이 대표 징계를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현직 당대표에 대한 전례 없는 징계 심의에 '옥쇄'도 불사하겠다듯 윤리위 회의가 열리는 내내 당대표실을 지켰다. 또 윤리위 개의에 앞서 방송에 출연해서는 “성상납 의혹은 허위”라며 “징계를 하려면 어떤 품위유지 위반이 있었고 당에 어떤 손실을 끼쳤다는 게 있어야 할 텐데 딱히 드는 생각이 없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이 대표·윤리위, 이 대표 출석·회의록 작성 문제 놓고 신경전
이 대표 측과 윤리위는 윤리위 회의 도중 거듭 충돌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윤리위 출석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이 대표는 윤리위 회의 중간 기자들과 만나 "3번이나 출석 의사를 전했지만 윤리위가 이를 거절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거절한 적이 전혀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양측은 회의 초반 회의록 작성 문제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이 대표 측이 회의록이 작성되지 않고 있다고 문제 삼으면서다. 윤리위가 회의 기록을 남기지 않은 채 일방적 징계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직원들이 다 작성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당대표실에서는 한때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는 등 여유로운 분위기도 감지됐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승한 대표를 징계하는 건 무리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는 듯했다. 이 대표는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전쟁에서 싸웠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라고도 했다.
당장 이 대표를 징계할 경우 ‘이대남’을 중심으로 한 2030세대 당원들이 집단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실질적으로 징계를 만약 받는다면 당에 치명적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이 대표를 두둔했다.
하지만 윤리위가 내달 7일 이 대표 출석 요구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하면서 이 대표는 수세에 몰리는 모양새다. 당내 일각에선 윤리위의 이번 결정이 대통령실의 의중을 반영한 게 아니겠냐는 반응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경찰이 20일 이 대표에게 성접대를 한 당사자로 지목된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를 참고인으로 조사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며 "집권 여당 대표 관련 수사 상황을 간담회를 통해 밝히는 건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징계 여부·수위, 이 대표 거취와 직결...당내 후폭풍 불보듯
이 대표 징계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징계 여부에 더해 징계 수위를 어떻게 할지도 주목된다. 윤리위가 처분할 수 있는 징계는 △제명 △탈당 권고 △당원권 정지 △경고 등 4단계다. 당원권 정지 이상의 징계는 이 대표의 거취와 직결될 수 있고, 경고가 나와도 사퇴 여론이 거셀 수밖에 없다. 당내에서는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나 경고 등의 의결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결백을 주장해온 이 대표가 순순히 물러설 것 같지는 않다.
윤리위가 이 대표에 대한 판단은 다시 한 번 보류하고 김 실장에 대한 징계만 의결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문제는 김 실장에 대한 징계만으로도 이 대표 관련 의혹을 당 차원에서 사실로 공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가 증거인멸을 교사한 뒤 '꼬리 자르기' 했다는 꼬리표가 계속 남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최고위 의결을 통해 윤리위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하는 수순을 밟거나 윤리위 재심 신청, 법원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법리 공방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대로 이 대표가 내년 6월로 예정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조기에 사퇴할 경우, 친윤석열계와 안철수 의원 등 차기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조기 점화하면서 당내 혼란이 심화될 수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윤리위가 징계를 의결하고 이 대표 측이 버티기에 들어간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냐”며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한편 성상납 의혹 연루자인 김성진 대표 측 법률대리인 김소연 변호사는 이날 오후 7시쯤 국회 본청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 측이 김 대표를 회유·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 대표 측이) 가석방에 힘을 써주겠다고 했다"며 "수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성상납 자체를 모른다는 서신을 써주면 윤리위에 제출하겠다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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