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찰 통제안 강행 '호재' 삼을 듯
"윤 대통령, 경찰 수뇌부에 직접 경고"
문책 인사 거론도… 김창룡 청장 말 아껴
국기문란.
최근 2시간 만에 바뀐 경찰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를 두고 23일 윤석열 대통령이 내린 규정이다. 통상 치안감 인사는 경찰ㆍ행정안전부ㆍ대통령실 3자 협의를 거쳐 최종 인사안이 마련된다. 그런데 경찰이 대통령실ㆍ행안부를 사실상 ‘패싱’하고 자체 인사안을 발표해 ‘국가의 기본’을 해쳤다는 게 윤 대통령의 진단이다. 반면 경찰은 실무자의 착오에 따른 단순 해프닝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확실한 건 진실이 무엇인지를 떠나 현 경찰 수뇌부에 대한 대규모 문책 등 물갈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尹 "경찰 책임 커" VS 경찰 "대통령실 OK 없이 불가"
윤 대통령이 경찰 책임론을 꺼내든 배경은 이렇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16일 미국 조지아 출국 전 경찰이 제출한 인사 희망안을 토대로 대통령실과 조율해 최종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이후 행안부 치안정책관(경무관)은 이 장관이 귀국한 21일 오후 6시 15분쯤 경찰청에 인사안을 보내며 ‘대통령실과 협의해 결재를 준비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사안은 최종안이 아닌 초안이었던 데다, 경찰이 대통령실 협의 및 결재 절차도 거치지 않고 오후 7시 14분 이를 언론에 발표하면서 사고가 터졌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재가도 나지 않았고 행안부가 대통령에게 의견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밖으로 유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도 전날 “경찰이 희한하게 대통령 결재가 나기 전에 기안 단계의 인사안을 공지해 사달이 났다”며 같은 논리를 폈다. 경찰의 돌이킬 수 없는 실책일 뿐, 인사권을 무기로 한 새 정부의 ‘경찰 길들이기’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설명이다.
경찰의 말은 다소 다르다. 경찰 관계자는 “고위직 인사를 대통령실 ‘OK’ 사인 없이 마음대로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하냐”고 반문했다. 여기에 대통령 결재 전 인사안을 공개한 게 문제라는 주장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그간 경찰 인사는 ‘선(先)내정 후(後)결재’ 수순을 밟아왔기 때문이다. 경찰청ㆍ행안부ㆍ대통령실이 조율해 인사안에 합의하면, 인사 공지(경찰 내부망)→경찰청장 추천→행안부 장관 제청→대통령 임명 수순으로 결재가 진행됐다는 의미다.
실제 행안부가 기존 인사를 번복하며 ‘최종안’이라고 지칭한 2차 인사안이 경찰 내부망에 공지된 시점은 오후 9시 34분으로, 대통령 결재 시점인 당일 오후 10시보다 빨랐다. 한 경찰 간부는 “대통령 결재 전 인사안 공개가 정말 문제라면 2차 인사안 공개 또한 국기문란이 된다”며 “자가당착 논리”라고 비판했다.
'수뇌부 물갈이'로 향하는 인사 번복 사태
어느 쪽 주장이 맞든 대통령이 강도 높게 질책한 인사 사고가 터진 만큼, 경찰 통제안을 밀어붙일 ‘호재’로 삼을 확률이 높다. 엄중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경찰청은 종일 뒤숭숭했다. 책임론에 반기를 들자니 대통령과 맞서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어서다. 경찰은 일단 인사 라인을 별도 감찰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한 관계자는 “치안정책관이 행안부 소속이라 종합적 조사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김창룡 청장을 비롯한 경찰 지휘부는 경찰 통제안에 대응할 무게중심을 잃고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다. 김 청장은 “전날 설명한 것 이상으로 따로 보고받은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역사적 발전과정에 역행한다”며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행안부 권고안에 강하게 반발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경찰청 안에선 “‘가만히 있으라’는 대통령의 직접 경고”로 받아들이는 기류가 팽배하다.
자체 감찰 계획이 없다는 경찰 측 입장과 달리 대통령실의 압박도 벌써 시작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인사 번복 사태와 관련 “경찰 쪽에서 먼저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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