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 외딴 집 마련해 주말 은둔 즐기는 사람들
하루 만에 뚝딱 짓는 모듈러 주택도 활기
"주말엔 새 소리에 눈을 뜨고 '밭멍'을 때리며 하루를 보냅니다. 주중에 혹사당했던 정신에 이보다 좋은 쉼이 있을까요."
제주 구좌읍에서 자신만의 오두막을 짓고 생활하는 노모(53)씨의 말이다. 사방이 밭으로 둘러싸인 노씨의 오두막은 주말에만 쓰는 '세컨드 하우스'다. 3년 전 이 오두막을 짓고 난 후 삶은 자연스럽게 이등분됐다. 디자이너로 일하는 그는 평일은 경북 구미시의 아파트에서 보내고 주말에는 26㎡(약 8평) 오두막에서 은둔 생활을 즐긴다.
몇 년 전부터 불었던 캠핑 열풍에 동참한 게 계기였다. 캠핑카를 끌고 제주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인가와 떨어진 작은 땅을 만났다. 밭농사가 한창이던 아늑한 땅은 멀리 바다 뷰까지 갖춰 정박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노씨는 "덜컥 땅을 구입하고 조립식 주택을 세웠다"며 "호텔처럼 호화롭진 않지만 깨끗한 잠자리와 주방, 화장실이 갖춰진 소박한 공간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주말이면 도시의 집을 떠나 자연 속 오두막에서 칩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끄러운 도심을 벗어나 잠시 오두막지기로 살다가 일상으로 복귀하는 삶이다. 미국의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에 나오는 숲속 오두막의 현대판 버전이다.
직장인 오승권(33)씨도 일 년째 주말 오막살이를 실천하고 있다. 도시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그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경기 용인 외곽에 오두막을 지었다. 수천만 원짜리 자동차를 구입하는 대신 자연 가까이에 머물 수 있는 주말 은신처를 생에 첫 집으로 마련한 것이다. 그는 "차를 사거나 해외 여행을 가는 대신 선택한 나름의 가치 소비"라며 "건축 비용을 아끼기 위해 한 건축디자인 회사에서 진행하는 집짓기 과정에 참여해 손수 지었다"고 설명했다.
오씨의 오두막은 20㎡(약 6평)짜리 단층 건물이지만 거실과 넓은 평상은 물론이고 작은 다락방까지 두루 갖췄다. 그는 "혼자 오두막에 머물며 나만의 취미 생활에 몰두한다"며 "별스러운 것을 하지 않아도 주말이면 오두막에서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기쁨이 얼마나 큰 지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두막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동식 모듈러 주택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과거에는 마음에 드는 집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큰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했지만 최근엔 조립식 패널이나 컨테이너 박스, 목조 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주택이 등장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특히 벽과 지붕 같은 부재를 공장에서 만들어 현장에 운반해 조립하는 이동식 모듈러 주택은 부지가 마련된 경우 구입 비용과 설치 기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돼 예비 오두막지기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동식 오두막인 '엑스스몰'(ExSmall)을 제작하는 정승권 플레이서스 대표는 "인적이 드문 장소이지만 취사나 난방, 목욕 시설은 제대로 구비돼 있어야 하고, 미적 안목이 성숙해지면서 작은 공간일지라도 인테리어에 대한 니즈(욕구)가 높다"며 "사업을 시작한 첫 해와 비교하면 매출이 8배 늘었고, 대기자는 6개월을 기다려야 할 만큼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국내 모듈러 주택 업체는 1,000여 개사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주택의 가격대는 수십만 원에서부터 시작해 수천만 원대까지 다양하고, 설치비는 200만 원가량 든다. 4년 전 모듈러 주택 사업을 시작한 이윤수 간삼생활디자인 대표는 "비싸고 큰 전원주택이나 복잡한 휴양시설을 피해 자연 속 나만의 아지트를 짓는 것이 한국만의 풍경은 아니다"라며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세계 유명 건축회사들이 야외공간에서 보다 손쉽게 지을 수 있는 '작은집' 짓기 열풍에 가세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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