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이 붉거나 갈색이고 거품이 많고 얼굴이나 다리가 붓는다면 ‘사구체신염(glomerulitis)’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콩팥 내 사구체(絲球體)는 우리 몸에서 요독을 걸러주고 수분과 전해질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구체신염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사구체에 염증이 발생해 손상되는 질환으로 갑자기 나타날 수 있고, 천천히 만성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김진국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사구체신염이 발생하면 콩팥 기능이 급격히 감소하는 급성 콩팥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일부 환자는 만성콩팥병과 투석(透析) 치료가 필요한 말기 신부전까지 악화할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사구체신염은 여러 원인으로 면역 반응이 사구체에만 생기는 ‘1차성 사구체신염’과 전신 질환이 원인인 ‘2차성 사구체신염’으로 나뉜다. 2차성 사구체신염은 당뇨병ㆍ고혈압ㆍ세균 감염ㆍB형 혹은 C형 바이러스 간염ㆍ홍반성 낭창(루푸스) 등 면역 질환ㆍ혈관염ㆍ유전 질환ㆍ암ㆍ약물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사구체신염은 원인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다. 붉거나 갈색 혈뇨가 나타나고, 소변에 거품이 많은 단백뇨가 발생할 수 있다.
체액이 늘어나 얼굴이나 다리에 부종이 생기거나 고혈압도 나타날 수 있다. 일부 환자는 일시적으로 소변량과 콩팥 기능이 줄어들 수 있다.
김진국 교수는 “사구체신염은 초기에 대부분 증상이 없고, 혈뇨도 소변검사를 통해 현미경으로 관찰해야만 확인할 수 있을 때가 많아 정기검사로 조기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진단은 우선 소변검사를 통해 혈뇨와 단백뇨를 확인한 후 추가로 콩팥 조직 검사와 면역 질환 관련 혈액검사를 시행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치료는 1차성 사구체신염은 대부분 콩팥 보호 효과가 있는 고혈압 약 등으로 혈압과 단백뇨, 부종을 치료하고, 단백뇨가 심하면 면역 억제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2차성 사구체신염은 당뇨병ㆍ고혈압 등 원인 질환을 치료하고, 면역 질환과 혈관염이 원인이라면 면역 억제제로 치료한다.
김진국 교수는 “1차성 사구체신염은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예방보다는 정기검진으로 조기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2차성 사구체신염은 원인 질환을 주의하고, 당뇨병이나 면역 질환ㆍ혈관염 등 고위험군은 정기검진으로 조기 발견하면 신속히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사구체신염 환자는 식습관이 중요하기에 콩팥 기능이 악화되지 않도록 싱겁게 먹고, 단백질 섭취량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며 “또 금연과 규칙적인 운동을 통한 체중 관리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콩팥 독성이 있는 진통제ㆍ항생제ㆍ조영제 등은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검증되지 않은 건강보조식품이나 민간요법은 오히려 급격한 콩팥 기능 악화, 단백뇨 및 부종 증가, 혈압 상승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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