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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를 말할 자격

입력
2022.06.25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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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도쿄 베이코트 클럽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겨울연가' 완성 피로회견에서 배용준과 최지우가 참석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9년 9월 도쿄 베이코트 클럽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겨울연가' 완성 피로회견에서 배용준과 최지우가 참석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류'란 낯선 말이 아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잘 안다고도 못한다. 한류는 언제부터, 누가 쓴 말일까? 사전에서는 '주로 아시아를 중심으로 대중성을 가지게 된 한국 대중문화'라고 한다. 1997년 정부의 문화 수출 정책을 배경으로 2000년경 성장한 한국 문화의 인기를 두고 외국 언론이 한류 열풍(Korean wave fever)이라 불렀다. '한류'란 아시아 여러 나라를 돌아 한국에 역수입된 말이다.

한류의 대표 드라마 '겨울연가'는 일본에서 관광 상품 개발과 중년층의 한국어 배우기뿐만 아니라 한국을 가깝게 여기게 하는 징검다리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한류라 하면 대다수가 드라마나 대중가요를 떠올리는데,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한류란 특정 문화 산업과 더불어 김치, 패션, 가전제품 등 한국에 관련된 것을 선호하는 현상 전체이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맛있게 먹는 한국 라면을 보고, 한국말도 듣는다. 그 말을 알아듣고 싶은 마음이 들고, 주인공 손에 들린 제품을 믿으면서 한류라는 큰 파도에 몸담게 된다. '드라마 번역해 달라'는 엄마의 말에 한국어 강좌를 신청했다는 태국 학생 말처럼, 문화란 말을 비롯한 삶 전체이다.

드라마를 조금씩 찍으면서 방영하던 시절에, 미용실에서 파마하던 아주머니들이 '아이고, 결국 죽이나?', '그냥 둘이 살게 하지'라며 다들 한마디씩 하던 기억이 있다. 어떤 이들은 방송국에 직접 전화하거나 게시판을 드나들기도 했다. 장편 드라마 전개가 회차를 거듭할수록 탄탄해지는 것은 전 국민의 관심 덕분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모든 요일 어느 채널에도 순위를 다투는 음악 프로그램이 있다. 자기소개 때 주위 재촉에 답할 노래가 한 곡쯤 있다면 바로 한국 사람인 바, 드라마나 가요가 타 문화에서 성공한 비결은 바로 한국 사람이 그것을 아끼고 즐기기 때문이다. 널리 사랑받는 한식 사례도 한정식집의 한 상이라기보다, 누구나 즐기는 떡볶이와 닭갈비 등이다.

출현 후 25년, 한류는 '거품'이라며 위기를 부각하는 이들 틈에서도 문화적 자부심을 높여 한국인 전체를 수혜자로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경제적, 외교적으로 다른 분야가 할 수 없는 일들을 했다. 그런데 그 혜택을 누리려면 조건이 있다. 한국 문화 가운데 적어도 스스로 즐길 줄 아는 무언가를 아는 사람, 한류를 말할 자격은 그런 사람에게 있다. '여기에 꼭 맞는 좋은 말이 뭘까?' 하고 일상에서 한국말을 아끼는 사람도 그중 하나라고 단언한다.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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