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진로에 유리한 건 아니다"... '선당후사' 시사
집단이냐, 단일이냐...지도체제 놓고도 공방
"다음 주까지는 출마 여부를 꼭 결정해 달라." (허영 의원)
"(고개를 끄덕이며)..." (이재명 의원)
새 당대표를 뽑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 워크숍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이재명 의원의 출마 여부'였다. 특히 23일 저녁에 열린 조별 토론에서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의원과 경쟁 관계인 친문재인(친문)계 홍영표 의원이 같은 조(14조)에 배정돼 눈길을 끌었다.
14조에서는 물가 상승 등 어려운 민생 여건과 윤석열 정부가 경제 위기에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한목소리를 낸 것도 잠시, 논의 주제는 이 의원의 당대표 선거 출마 여부로 흘렀다. 당내에서 친문계와 재선의원 그룹 등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 의원의 당대표 선거 출마에 부정적인 의견들이 분출하면서다.
허영 의원은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 의원에게 "빨리 출마 여부를 결정해 주셔야 한다. '특정인이 전당대회에 나가느냐, 안 나가느냐, 누가 선거에 책임이 있느냐' 등 책임공방이 길어지고 있는데 이런 부수적 문제들이 본질로 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늦어도 다음 주에는 출마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했다. 14조에 속한 다수 의원들이 동조한 가운데, 이 의원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이재명 "당대표 출마는 오히려 손해"
홍 의원도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의 출마는 당의 단결을 해칠 수 있다"는 취지로 '동반 불출마론'을 꺼냈다. 이 의원도 경청했지만,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 의원은 "당대표 선거에 나가는 것이 나의 진로에 꼭 유리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손해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당을 위해 내가 출마해야 한다는 당원들의 목소리도 커서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권 재도전을 감안하면 지금이 아니라 2년 뒤 당권을 노리는 게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번 당대표 선거 출마는 오히려 '선당후사'에 가깝다는 뜻이었다. 한 참석자는 "이 대목에서 이 의원이 당대표 선거 출마로 기울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집단지도부냐 단일지도부냐 공방도
조별 토론에 앞서 열린 자유토론에서는 새로 꾸려질 당 지도부 체제를 두고 의견이 오갔다. 친문계 김종민 의원은 현행 단일 지도체제가 아닌 '집단 지도체제'의 장점을 설파했다. 이 의원이 출마할 경우를 대비한 친문계 등의 견제 장치라는 해석이 많다. 반면 박성준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패한 이유는 김무성(친이명박계)과 서청원(친박근혜계)이 집단 지도체제를 꾸린 탓"이라며 단일 지도체제를 주장했다.
한편,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강병원 의원은 "선거 패배에 책임 있는 사람은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했고, 친이낙연계 설훈 의원도 이 의원을 거명하며 "나와 같이 불출마 하자"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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