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서 듣는다] 변준호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
뇌는 우리 몸의 ‘컨트롤 타워’다. 뇌에 생긴 모든 종양을 ‘뇌종양’이라고 한다. 연간 10만 명당 10~15명 정도 발생하는 뇌종양은 커지면 두개골 때문에 더 이상 늘어날 공간이 없어 뇌압이 상승하면서 두통 등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종양이 압박하는 부위의 뇌가 담당하는 특정 기능에 장애가 생긴다. 뇌종양이 생기면 수술이나 방사선, 화학항암요법 등으로 치료한다.
‘뇌종양 치료 전문가’ 변준호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를 만났다. 변 교수는 “뇌종양은 초기일 때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종양이 어느 정도 커졌을 때 뇌압이 올라가면서 심한 두통에다 오심ㆍ구토가 발생한다”고 했다. 그는 뇌종양 가운데 교모세포종 같은 악성 종양은 치료가 까다롭지만 뇌하수체선종 같은 양성 종양이라면 ‘신경 내시경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뇌종양 종류가 다양한데.
“뇌종양은 양성(뇌수막종, 뇌하수체선종, 뇌신경초종, 양성 신경교종 등)과 악성(교모세포종, 성상세포종(별아교세포종), 희돌기교세포종, 뇌전이암 등) 등으로 나뉜다.
가장 흔한 뇌종양은 뇌수막종(뇌를 감싸고 있는 뇌막(경막, 지주막, 연막)에서 발생하는 양성 종양)으로 30% 정도 차지한다. 40~50대에서 많이 발생하며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2배가량 많다.
뒤를 이어 신경교종(gliomasㆍ뇌 백질에 존재하는 신경교세포에서 발생하는 종양)이 25~30% 정도 발생한다. 신경교종 가운데 50% 정도가 교모세포종인데, 수술이나 방사선, 항암화학요법 등으로 적극 치료해도 5년 생존율이 7%에 그칠 정도로 치명적인 암이다.
뇌하수체선종(뇌 호르몬을 분비하는 뇌하수체에서 발생하는 양성 종양)은 전체의 10~15% 정도이며, 20~50대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뇌하수체선종에서는 ‘프로락틴 분비 뇌하수체 선종’이 가장 흔한데, 20~30대 젊은 여성에게 주로 나타난다.”
-뇌종양 증상은 어떤 것이 있나.
“뇌종양 종류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뇌수막종이라면 두통이 가장 흔하다. 두통은 갑자기 발생해 점점 심해지고 아침에 주로 아프고 진통제를 먹어도 효과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종양 위치에 따라 신경학적인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 시야장애, 안구운동장애, 편마비 등 운동마비, 감각 이상 등이 대표적이다.
신경교종은 뇌전증(腦電症)으로 나타날 수 있고, 다른 뇌종양과 마찬가지로 두통이나 마비 등이 발생한다.
뇌하수체선종은 여성 환자는 생리불순, 소아청소년은 키가 과하게 자라는 거인증, 성장이 끝난 성인은 골격이 커지고 이마뼈ㆍ턱뼈가 도드라지거나, 손발이 커지는 말단비대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뇌종양이 아주 작거나, 증상이 경미하면 종양 크기 변화를 정기적으로 관찰한다. 하지만 뇌종양이 크거나, 신경을 압박해 신경학적 이상 징후가 뚜렷이 나타나는 뇌수막종ㆍ뇌하수체선종이라면 수술해야 한다. 수술법으로는 신경 내시경 수술,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 개두술(머리뼈 절개술) 등이 있는데, 종양 크기ㆍ위치ㆍ환자 상태 등에 따라 수술법을 정한다.”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는 ‘신경 내시경 수술’이 늘고 있는데.
“뇌종양은 이전에는 두개골을 절개해 현미경을 보면서 병변을 절제하는 개두술이 많이 시행됐다. 최근 수술법 발달로 뇌종양 제거를 위해 ‘신경 내시경 수술(endoscopic neurosurgery)’이 많이 적용되고 있다. 이 수술은 비강(코)뿐만 아니라 안와(눈)를 통해 진행된다.
기존 현미경을 이용한 개두술은 뇌하수체선종과 뇌하수체 주변에 생긴 종양을 제거하려면 통로가 좁아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이 때문에 시신경이 손상될 위험이 높았다. 그러나 코를 통해 접근하는 신경 내시경 수술은 시신경을 피할 수 있고, 내시경 카메라로 이 같은 종양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어 정밀 수술이 가능해졌다.
신경 내시경 수술은 또한 기존 개두술과 달리 정상 뇌를 견인하지 않고 수술하므로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밖에 두피를 절개하지 않으므로 회복도 빠르고, 코를 통해 수술하므로 흉터도 보이지 않아 환자 만족도도 높다.
신경 내시경 수술을 시행할 때 코로 접근하면 콧속 점막을 절개하고, 눈으로 접근하면 절개 부위가 2㎝ 정도로 작아 회복이 빠르고, 미용적으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현재 신경 내시경 수술은 뇌하수체 주변, 안장 부위, 전두개, 접형골 주변과 측두엽 앞에 있는 신경초종, 뇌수막종, 신경교종 등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뇌종양을 예방하는 방법은 없나.
“뇌종양은 신경섬유종증 등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특별한 원인을 알 수 없을 때가 대부분이어서 별다른 예방법은 없다. 증상이 생기면 신경외과 전문의와 상담하고, 일반적인 증상과 다르면 적극적으로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을 받는 것이 좋다.
뇌종양 진단을 받으면 많은 환자와 가족들이 좌절한다. 하지만 뇌종양 종류 및 환자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법을 사용하면 많은 환자들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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