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경찰관 폭행 부녀 사건'에 공분
"사람 살자는 게 방역인데, 병원도 못 가나"
'아픈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가려 했던 딸. 핵산(PCR)검사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들을 막아선 경찰'. 이같이 요약되는 사건이 중국인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차이나데일리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40대 여성 하오는 지난 21일 70세의 아버지를 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도시 밖으로 향하는 차량을 단속 중이던 공안(경찰)들은 이들의 병원행을 막아섰다. 이들의 건강 코드가 '노란색'이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이후 주민들에게 '유효한 건강코드(젠캉바오·健康寶)' 소지를 의무화하고 있다. 현지 방역 정책에 따라 제때 핵산(PCR)검사를 받은 사람의 건강 코드는 '초록색'으로 표시되며, 그렇지 않은 사람의 건강코드는 노란색(관찰 대상) 또는 빨간색(집중 관찰 대상)으로 표시된다. 녹색 건강코드가 없으면,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동네 수퍼마켓조차 갈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하게 적용된다.
하오는 병원에 가도 좋다는 주민위원회가 발급한 '여행허가서'를 제시하며, 병원에 가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공안은 이를 완강하게 거부했고, 하오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바닥에 넘어졌다.
딸이 바닥에 내쳐지는 모습을 본 아버지는 차량에서 뛰쳐나와 공안을 때렸고, 결국 이들은 공무수행 방해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 같은 사연은 곧 온라인에 공개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중국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에서는 이 소식을 담은 게시물이 최소 8억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16만여 개의 댓글이 이어졌다. "규칙에는 예외가 없다", "애당초 건강코드도 없이 이동하려던 게 잘못됐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 "사람 살자고 있는 게 방역인데, 오히려 방역 정책이 병원도 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 "건강코드가 중국인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당국을 향한 비판이 압도적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당국은 보다 융통성 있게 방역 정책을 수행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리러청 랴오닝성 성장은 "인민들에게 동정심을 갖고 획일적인 방역정책 수행을 피하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중국 방역 정책의 '괴리'를 잘 보여준 사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중앙정부는 최근 "주민들의 경제 활동을 최대한 보장하라"며 과도한 방역을 지양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각 도시의 방역 수위는 좀처럼 완화되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가 그간 코로나19 재확산의 책임을 해당 지역 지도자에게 물어왔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앙정부 지시대로 방역을 늦췄다가 옷을 벗게 되느니, 기존의 방역을 밀어붙이는 게 낫다는 일종의 '보신주의' 탓에 중앙의 지시가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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