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근로 월 단위 관리 시 최대 주 92.1시간
"주 52시간 무력화...노동환경 후퇴"
신입사원 A씨는 오전 8시 출근, 오후 11시 30분 퇴근하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하루 16시간씩 토요일까지 일해 한 주에 90시간 근무한 적도 있다. 그런데 야근의 대가는 식대 1만 원에, 택시비가 전부다. 야근수당은 구경도 못 해봤다. 입사 당시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을 기본으로 하는 근로계약서에 서명했지만 회사는 포괄임금제를 들먹이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직장갑질119가 26일 윤석열 정부의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유연화 방침에 일침을 가했다. 편법적 포괄임금제가 판을 치는 현재의 노동환경 개선 없이 시행했다가는 A씨처럼 주 90시간 넘게 일하고도 제대로 된 보상이나 휴식을 보장 받지 못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하면서 연장근로시간 기준을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1주일간 최대 근로시간은 40시간이고 12시간의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만약 정부 안대로 개편이 된다면 월 단위 최대 연장근로시간은 52.1시간(4.345주X12시간)으로, 한 주에 이를 몰아 사용할 경우 최대 92.1시간(40+52.1시간) 근무가 이뤄질 수도 있다.
주 52시간에도 무수당 90시간 근로 가능..."유연화는 재앙"
직장갑질119는 편법적 포괄임금제가 횡행하는 환경 속에서 노동시간 유연화를 실시하는 것은 노동자를 과로사로 내모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포괄임금제는 노동시간 산정이 어려울 때 노사가 합의해 법정 수당을 노동시간과 상관없이 기본급에 포함해 지급하거나, 기본급과 별도로 정액의 수당으로 지급할 수 있게 한 제도다.
박은하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포괄임금제는 특수하고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유효한데, 현실에서는 남용돼 사용자가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수단이 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연장근로까지 월 단위로 관리하겠다는 것은 (장시간 근로를 당연하게 해) 초과근로수당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즉 최대 주 92시간 노동이 합법화되면 명목상 주 52시간제가 시행 중인 지금보다 피해 정도나 범위가 한층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포괄임금제가 노동시간 산정 가능 여부와 관계 없이 남용되면서 주 52시간제가 시행되고 있는 지금도 피해 입는 노동자가 적지 않다. B씨는 "추가 연장근로가 인정되지 않아 입사 4년 만에 문제를 제기했는데, 사업장이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서류를 보니 포괄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었다"면서 "포괄임금제면 근로자에게 설명·동의를 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 들어본 적도 없다"고 토로했다.
직장갑질119는 "악덕 사장이 오른손에 포괄임금제라는 칼을 들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가 왼손에 주 92시간이라는 도끼를 들려주는 것"이라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불법·편법적 포괄임금제를 규제하고 처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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