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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창고를 영화관으로… 평창에 방은진의 실험이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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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창고를 영화관으로… 평창에 방은진의 실험이 익어간다

입력
2022.06.27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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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4년째 활약

방은진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무엇보다 영화제는 상영작 구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프로그래밍에 가장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제공

방은진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무엇보다 영화제는 상영작 구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프로그래밍에 가장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제공

지난 24일 오전 서울은 무더웠다. 체감온도가 30도 안팎이었다. 오후 도착한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은 달랐다.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햇볕은 사납지 않았다. 23일 개막한 제4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는 청량한 날씨만으로도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만했다. 이날 만난 방은진 평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1회 때부터 캠핑 시네마(캠핑하면서 영화 보기)를 하고 싶었는데 올해 드디어 하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2017년 강원영상위원회 위원장으로 강원도 문화행정과 인연을 맺은 방 위원장은 평창영화제를 1회(2019년) 때부터 지휘하고 있다.

평창영화제는 2018년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의 정신을 잇기 위해 만들어졌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ㆍ폐회식이 열렸던 올림픽메달플라자를 개ㆍ폐막식 행사와 야외 영화 상영, 공연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국내 영화제들이 코로나19로 비대면 행사를 강화한 것과 달리 대면 영화제를 지향해왔다. 올해는 개막작 ‘올가’ 상영을 시작으로 28일까지 28개국 88편이 상영된다. 방 위원장은 “코로나19로 감독과 관객을 이어주는 행사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평창영화제가 나름 몫을 해내왔다는 점을 자부한다”고 말했다.

24일 오후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올림픽메달플라자에 설치된 특설 무대에서 가수 선우정아가 제4회 평창국제영화제 행사 일환으로 공연하고 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24일 오후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올림픽메달플라자에 설치된 특설 무대에서 가수 선우정아가 제4회 평창국제영화제 행사 일환으로 공연하고 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대관령면은 영화제를 열기에는 시설이 열악하다. 도시에서는 흔하디 흔한 멀티플렉스 하나 없다. 극장이라곤 알펜시아 리조트에 한 곳 있다. 리조트 이용객이 아니라면 접근하기 어렵다.

단점을 특색으로 바꿨다. 오래된 감자창고를 극장으로 변신시켰다. 방 위원장은 “감자 냄새가 건물에 배었으나 빛이 온전히 차단돼 영화 보기엔 제격”이라며 “음향이나 스크린 등 상영시설은 국내 최고 업체가 설비해 놓았다”고 말했다. 시내를 가로지르는 송천변에 컨테이너 박스로 어울마당이라는 임시 상영관을 만들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꿈의 대화 캠핑장과 계방산오토캠핑장, 미탄 어름치마을에서 캠핑하며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방 위원장은 “멀티플렉스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여느 국내 영화제들과는 감흥이 다르다”며 “가족들이 함께 걷다가 영화 보고 극장을 나와서 시원한 바람을 맞기도 하는 마을 광장 영화제를 표방한다”고 했다. 그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2배 정도 관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해 평창평화영화제 관객은 1만2,000명가량이다.

평창영화제는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강소 영화제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방 위원장은 “영화제 기간 지역 업소들 매출이 동계올림픽 때보다 확실히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제작 지원 사업인 ‘피칭 프로젝트’가 성과를 내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지난해 선정된 다큐멘터리 ‘양지뜸’ 등 평창영화제 지원을 받은 2, 3편이 내년쯤부터 세상에 선보일 예정이다.

제4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상영관 중 하나인 감자 시네마 앞 모습. 감자창고를 개조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제4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상영관 중 하나인 감자 시네마 앞 모습. 감자창고를 개조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방 위원장은 배우로 이름을 먼저 알리고 영화 ‘오로라 공주’(2005)로 감독 데뷔까지 하더니 4년째 영화제 행정가로 살고 있다. 영화인으로서 드문 이력이다. 하나만 택하라면 뭘 가장 하고 싶냐고 묻자 “사람 방은진”이라고 바로 답하며 웃었다. “영화제가 4회째 되니까 제 책임하에 뭐든 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행정은 잘 몰라 싸우기도 하고 타협도 하고 부딪쳐 가면서 배워 이제 좀 노련해진 것 같다”며 “뭐가 됐든 이야기 만드는 일 속에 들어가는 게 제일 좋다”고 했다.

방 위원장은 “초기 1년 반 정도를 저 자신을 온전히 투자한” 평창영화제가 이제 틀이 잡혔다고 판단한다. 본업에 눈길을 돌릴 여유를 최근 얻었다. 드라마 ‘신이 떠나도’ 연출을 맡아 하반기 촬영에 들어간다. 그는 “이제 연기 좀 해볼까 해서 설경구씨에게 전화해 ‘너희 회사(씨제스엔터테인먼트) 들어가면 안 되냐’고 했더니 (씨제스로부터) 갑자기 드라마 연출 제안을 받았다”며 웃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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