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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위험을 경시하는 사회

입력
2022.06.28 19:00
수정
2022.07.09 19:02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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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근
정형근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편집자주

판결은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판결이 쌓여 역사가 만들어진다. 판결에는 빛도 있고 그림자도 있다. 주목해야 할 판결들과 그 깊은 의미를 살펴본다.


'제2윤창호법' 시행 첫날인 2019년 6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로에서 경찰들이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제2윤창호법' 시행 첫날인 2019년 6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로에서 경찰들이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8년 9월 25일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서 휴가를 나온 고 윤창호씨가 만취상태로 운전하던 사람의 차량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에 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고, 국회는 음주운전과 관련된 제재를 강화했다. 먼저, 음주운전 기준 혈중알코올농도(0.05%)를 0.03%로 변경하여 소량 음주상태의 운전도 금지했다. 또한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하거나 음주측정을 거부한 경우 및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한 운전자에 대한 법정형도 높였다.

그럼에도 음주운전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음주운전으로 재판을 받던 피고인들은 높은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는 도로교통법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법원도 이에 공감하고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26일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 또는 음주측정거부 전력자가 다시 음주운전을 한 경우,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 전력자가 다시 음주측정거부를 한 경우를 가중처벌하는 도로교통법 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했다. 헌법재판소는 과거의 위반 전력 등과 관련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재범 음주운전 위반행위 또는 음주측정거부 행위까지 일률적으로 법정형의 하한을 가중처벌하는 것은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할 수 없어 위헌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의견도 있다. 즉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음주운전 교통사고의 40%가량은 음주운전과 관련하여 단속된 전력이 있는 재범에 의한 교통사고로 분류된다. 이 사건 도로교통법 조항은 윤창호 사건을 계기로 재범 음주운전자 또는 음주측정거부자를 엄히 처벌하도록 함으로써 음주운전 관련 범죄를 예방하고자 하는 형사정책적 고려에 따라 입법화된 규정이고, 반복되는 음주운전이나 음주측정거부는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가중처벌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했다. 음주운전과 음주측정거부에 대한 과거 위반행위도 2006년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전력부터 기산하므로 무제한으로 소급하여 확장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한 청년의 희생으로 마련된 음주운전 대책의 기반이 붕괴되었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풀어지고 도로는 종전처럼 위험해졌다. 물론 국회가 가중처벌되는 과거 위반행위의 시점을 합리적으로 명시하는 입법을 할 수는 있다. 그래도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완화되는 결과는 막을 수 없다. 앞으로는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에 대한 높은 법정형에 대해서도 위헌논란이 생길 것이다. 그간 음주운전 사고에 대하여 공분은 컸지만, 그에 대한 처벌은 국민의 법 감정에 미치지 못했다. 처벌 강화가 최선의 범죄예방 대책은 아니지만, 가벼운 처벌은 음주자들 때문에 사별의 고통을 겪는 피해자를 양산시킨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2001년 혈중알코올농도 0.251%로 운전하였다고 한다. 그 당시 면허취소 기준인 0.1%보다도 2.5배나 높은 수치로 만취상태에서 운전을 한 것이다. 검찰은 벌금형으로 약식기소를 했지만, 박 후보는 이에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다. 그 결과 벌금 250만 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음주운전을 하고도 벌금을 1원도 내지 않게 되었다. 이런 분이 교육부 장관이 되면 범죄행위를 해도 출세하는 데 어떤 제약도 받지 않음을 교육하는 것과 같다. 이런 상황에서 교실에서 준법교육을 하는 것이 얼마나 모순인가? 법과 도덕성을 지켜온 사람이 고위공직자가 되는 것이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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