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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큰 대통령실은 안 된다

입력
2022.06.30 19:00
수정
2022.07.09 19:1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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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엇박자, 경찰인사 번복 사고
대통령 참모기능과 소통 문제점 노출
개선책 찾되 옛 '거대청와대' 회귀 안돼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4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주 52시간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4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주 52시간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만약 옛 청와대 정책실장처럼 주요 정책을 총괄하는 사령탑이 윤석열 대통령 곁에 있었다면 주52시간제 '엇박자'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장관의 공식 발표를 대통령이 부인한 이 어리둥절한 상황은 일단 윤 대통령의 오해로 일단락됐지만, 이를 계기로 대통령과 장관, 참모 간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새삼 부각됐다.

주52시간제는 노동 이슈이자 경제 이슈다. 주무부처는 고용노동부이지만 기획재정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얽혀 있다. 대통령실에서도 소관은 고용부를 담당하는 사회수석이나, 경제수석이 간여한다. 이렇게 여러 부처, 여러 영역이 겹치는 중대 정책의 경우, 정책실장 같은 컨트롤타워가 종합하고 조정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게 과거 패턴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작은 대통령실' 방침에 따라 정책실장을 폐지했다. 과거 고용부 업무를 전담하던 일자리수석은 사회수석으로 통합됐는데, 현 안상훈 사회수석은 노동 아닌 복지전문가다. '작은 대통령실'이 이번 엇박자 파동의 첫 번째 이유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참모 수 축소로 대통령 보좌기능이 약화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했고 결국 대통령의 오해 발언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만약 대통령실에 예전처럼 민정수석이나 치안비서관이 있었다면, 언론에 발표됐던 경찰 치안감 인사 내용이 몇 시간 만에 번복되는 일도 없었을지 모른다. 이게 윤 대통령 말대로 정말 국기문란급 사고인지, 아니면 경찰쪽 항변대로 늘 해오던 대로 했을 뿐인데 왜 이번만 문제인지, 혹시 뭔가 중간에 끼어들어 사달이 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민정수석, 치안비서관 자리가 다 없어져 경찰과 청와대 간 직접 연결고리가 끊어졌고, 이로 인해 최종 인사 조율과정이 원활치 못했음은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이런 엇박자나 불협화음이 반복돼 대통령 권위에 흠집이 생기다보면, 필시 참모진을 보강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게 돼 있다. 노무현·문재인 청와대를 연상시키는 정책실장 부활까지는 아니어도, 현 5수석 체제론 국정현안 대응이 어려우니 수석 자리를, 아니면 특보나 비서관이라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질 것이다.

혹은 대통령의 노출을 줄이자는 의견도 나올 법하다. 사실 매일 아침 대통령이 직접 언론과 마주하는 도어스테핑은 메시지 관리 측면에선 매우 큰 리스크다. 대통령이 말을 안 하면 엇박자 날 일도 없으니, 결국은 도어스테핑 존폐 자체를 고민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안 된다. 대통령 참모를 늘리면 그 순간 예전의 '거대 청와대'가 된다. 많아진 수석과 비서관들은 부처와 산하기관을 시시콜콜 챙기려 들 것이고, 결국 장관과 부처는 힘이 빠져 내각중심 국정운영은 물거품이 된다. 도어스테핑도 그렇다. 힘들고 귀찮다고 출근길 발언을 줄이거나 없앨 경우 그만큼 언론과의 거리, 국민과의 거리는 멀어져 마침내 장막 뒤 '불통' 대통령으로 되돌아간다. 대통령실은 커지는데 소통은 꺼린다면 그게 곧 제왕적 대통령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아무리 청와대를 버리고 용산으로 나왔어도, 그게 구중궁궐 아니고 뭐란 말인가.

헌정 75년, 민주화 35년을 통틀어 지금이 대통령실은 가장 작고 대통령 노출은 가장 큰 시기다. 그만큼 리스크도 극대화되어 있는데, 그래도 작은 대통령실과 도어스테핑은 윤 대통령이 임기말까지 꼭 지켰으면 한다. 과거로 돌아가려는 강한 유혹이 생기더라도, 꼭 뿌리치길 바란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변화된 환경에 최적화된 대통령실 내부 소통 방법을 찾아야 한다. 특히 윤 대통령이 매일 아침 출근 전 어떻게 도어스테핑을 준비하는진 모르겠지만, 일련의 문제 발언과 엇박자 논란을 고려하면 지금 참모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식을 바꿔야 함은 명확해 보인다.

이성철 콘텐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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