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본부 "488만252마리 실험에 동원"
기초연구 중 면역계 관련 연구 크게 늘어
동물단체들 "동물대체시험법 조속 통과를"
2021년 국내에서 동물실험에 동원된 동물이 488만여 마리로 집계됐다. 동물실험윤리제도가 도입∙시행된 2008년부터 관련 통계가 작성된 후 연간 최대치다.
최근 발표된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21년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운영 및 동물실험 실태조사 현황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실험에 동원된 동물 수는 488만252마리로 전년보다 17.8%나 늘었다.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414만1,433마리)를 또 넘어선 것이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설치한 기관은 481개소, 이 가운데 실험 실적이 있는 기관은 441개로 역시 가장 많았다. 동물실험을 하고자 하는 기관도, 실제 실험을 한 기관도 모두 증가했다는 얘기다.
설치류가 가장 많이 동원, 어류 동물실험 300%↑
종별로는 설치류가 353만7,771마리로 가장 많았고 어류(92만3,772마리), 조류(31만6,021마리), 기타 포유류(6만9,155마리), 토끼(2만6,676마리), 원숭이(4,252마리), 양서류(2,136마리), 파충류(469마리) 순이었다. 전체 실험동물 가운데 마우스(생쥐)가 64.8%를 차지해 가장 많이 실험에 동원됐다.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동물은 어류(전년 대비 약 300%)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실험이 종료되는 해에 실험동물 수가 집계되는데 어류를 실험한 실험기관 수치가 작년에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어류는 화학물질 독성실험 등 설치류가 동원되는 대부분 실험에 쓰인다.
10마리 중 8마리, 가장 고통스러운 실험 동원
고통등급에 따른 동물실험 실시 현황을 보면 가장 큰 고통을 주는 고통등급 E에 해당하는 실험에 218만1,207마리가 희생됐다. 2015년(75만910마리)보다 3배 늘어난 규모다. 전체 실험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30%에서 44.7%로 늘었다. 중등도 이상의 고통이나 억압을 동반하는 D등급 실험도 33.2%에 달해 D, E등급 실험이 전체 실험의 77.9%를 차지했다. 동물실험은 동물이 겪는 고통을 기준으로 가장 약한 A등급부터 E등급으로 나뉜다.
동물실험 등급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이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높은 수치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와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에 따르면 E등급에 이용된 동물 비율은 영국, 캐나다, 유럽연합이 각각 3.0%, 1.8%, 11.0%였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최대한 비동물 실험으로 대체(Replacement)하고, 사용동물의 수를 축소(Reduction)하며, 불가피한 동물실험 시 고통을 완화(Refinement)하는 동물실험의 '3R 원칙'에도 역행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은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설치 기관 및 실험실적 보유기관의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동물실험 급증 이유는 코로나19 영향? '기초연구' 늘어
동물실험이 급증한 것은 '기초연구'와 '법적인 요구사항을 만족하기 위한 규제시험'에 동원되는 동물이 늘어서다. 지난해 종양학, 근골격계 등 기초연구에 사용된 동물은 193만8,776마리로 전년보다 64만3,768마리가 늘었다. 이 가운데 면역계 관련 연구가 44만3,118마리로 가장 많았다. 또 의약품 등 승인을 위해 정부가 요구하는 시험인 규제시험에 사용된 동물은 186만8,427마리로 뒤를 이었다. 동물단체들은 기초연구에 이용된 동물이 급증한 것을 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영향으로 추정했다.
정부도 동물실험 증가에 손놓고 있는 건 아니다. 환경부는 지난해 9월 '2030 화학안전과 함께하는 동물복지 실현 비전'을 발표, 2030년까지 선진국 수준의 대체시험법 기술력 확보와 관련 인프라를 확충해 화학물질 유해성 시험의 60%를 동물대체시험 자료로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4월 통과된 '동물보호법 전부개정법률'에서는 실험동물의 건강 및 복지증진을 위한 전임수의사제도 도입, 윤리위원회에 실험의 진행·종료에 대한 확인 및 평가 기능을 추가했다.
대체시험 지원 예산 늘리고 관련 법 통과시켜야
하지만 동물단체들은 2030년까지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동물실험을 규제하고, 컴퓨터시스템 활용 등 대체시험법 개발을 위한 예산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동물대체시험법 개발∙보급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이 법안에는 △규제와 연구를 담당하는 관계 부처가 동물실험이 아닌 첨단 기술을 이용한 대체시험 개발과 활용 지원 촉진 △관계 부처가 함께 동물대체시험법 개발, 보급, 이용을 위한 종합 계획 설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서보라미 HSI 정책국장은 "2020년 12월 발의된 동물대체시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지금까지 잠자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대체시험 활성화를 위한 법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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