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불법 이민자 추정... "총 50명 사망"
바이든 정부 출범 후 불법 이민자 수 크게 증가
공화당 "바이든 때문" 정치 공방 거세져
멕시코와 맞닿은 미국 텍사스주(州) 샌안토니오의 외곽에 주차된 대형 트레일러에서 불법 이민자로 추정되는 60여 명이 죽거나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불법 이민자가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사건이라, 이민자 정책을 놓고 대립하는 미 정치권의 공방도 거세질 전망이다.
27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미 연방경찰은 이날 샌안토니오 남서부 외곽 철도 선로 옆 수풀가에 주차된 대형 트레일러 안에서 시신 48구를 확인했고, 병원으로 옮긴 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앞서 샌 안토니오 소방당국이 이날 해당 트레일러 안에서 시신 46구를 확인하고, 미성년자 4명을 포함한 16명을 구조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밝힌데서 사망자 숫자가 늘어난 것이다.
이들은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건너온 불법 이민자로 추정된다. 구체적인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날 샌안토니오의 기온이 섭씨 40도에 달한 만큼 달궈진 트레일러 안에서 질식사한 것으로 보인다. 찰스 후드 샌안토니오 소방서장은 "시신이 뜨거웠다"며 "차량에는 물의 흔적이 없었고, 에어컨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상자 규모로만 보면 미국 남부 국경에서 발생한 이민자 사망 사건 중 최악의 참사다. 앞서 샌안토니오에서는 2017년 냉방장치가 고장 난 트레일러에 갇혀있던 10명이 질식과 뇌손상으로 사망한 채 발견된 바 있다. 2003년 5월에는 텍사스 빅토리아 인근에 있던 트레일러에서 중남미 밀입국자 100여 명 중 19명이 질식으로 숨지기도 했다. 1990년대 초 이후 트레일러가 새로운 밀입국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판박이 수준의 참사가 반복되는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이민자 정책을 두고 대립하는 미 정치권의 갈등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경지대에 거대 장벽을 세우는 등 이민자에 대한 '무관용' 정책으로 일관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장벽 건설을 중단하고 이민자에 상대적으로 너그러운 포용 정책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불법으로 미국 국경을 넘으려는 이민자 숫자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미 관세국경보호청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 마지막 해인 2020년 45만여 명에 불과했던 불법 이민자 수는 지난해 170만 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만 해도 벌써 150만 명에 달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0% 늘어났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지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죽음은 바이든 때문"이라며 "그의 치명적인 국경 개방 정책의 결과"라고도 주장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도 이민자 문제를 연결고리로 민주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일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의 포용 정책이 불법 이민자 증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불법 이민을 시도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코로나19 대유행과 자연재해 등으로 악화한 경제 사정을 꼽았다. 민주당도 이민자를 적대시하는 공화당 정책에 반기를 계속 들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소속 호아킨 카스트로 하원의원은 “이 끔찍한 비극은 사람들이 망명을 신청할 수 있는 안전하고 질서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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