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징후에도 사전·사후 관리 체계 부실
"학습 기간 학생 소재 파악 지침 마련해야"
전남 완도에서 실종된 조유나(10)양이 부모와 함께 끝내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현행 ‘교외 체험학습’ 제도를 전면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교 밖 다양한 교육활동을 경험하게 하는 취지는 좋지만, 학생 부재 시 허술한 관리 실태를 다시 한번 드러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뒤늦게 체험학습 학생관리 방안을 만들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9일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조양은 제주와 여수, 외갓집 방문 등을 사유로 올해 1학기에만 모두 7차례(35일) 체험학습을 신청했다.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제주에서 한 달 살기가 마지막 체험학습이었다. 그러나 조양 가족은 완도에 머물렀고, 학교 측은 학습 기간이 끝났는데도 학생이 등교하지 않자 22일 경찰에 신고했다.
교외 체험학습은 각 가정이 직접 계획한 교육활동을 학교장의 사전허가를 얻어 실시하는 제도다. 종료 뒤 학습 보고서와 증빙 자료를 제출하면 출석을 인정받는다. 체험학습을 얼마나 쓸 수 있는지는 시도별로 운영 지침이 다른데, 조양의 거주지인 광주는 1년 중 최대 38일까지 허용된다.
하지만 조양은 1학기도 마치기 전에 벌써 35일을 소진했다. 누가 봐도 ‘이상징후’가 뚜렷했던 건데 학교나 교육당국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일선 교사들은 부실한 제도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체험학습 승인 절차부터 주먹구구다.
체험학습 신청서엔 학습형태, 목적지, 사유와 학습 계획 등을 쓰도록 돼 있는데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사실상 ‘묻지마 승인’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충남 아산의 초등학교 교사 정모(31)씨는 “신청서를 받으면 잘 다녀오라고 보내주지, 이행 가능성을 미리 확인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학습 보고서도 요식행위긴 마찬가지다. 제주시 초등교사 조모(41)씨는 “6학년 담임교사로 근무할 때 한 학생은 A4용지 반 쪽만 겨우 채워 보고서를 냈다”며 “두 차례나 반려해 재작성을 지시했지만 학부모가 눈총을 줘 결국 엉터리 보고서를 승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체험학습 기간 학교가 학생 소재를 파악하거나 확인할 수 있는 세부 지침도 없어 사고를 당해도 자발적 신고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가령 한 달 체험학습의 경우 일주일 단위로 부모가 정기보고서를 제출하게 하는 등 학생 상황을 점검하는 교육청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역시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체험학습 관리 부실은 사실 해묵은 문제고, 홍역도 여러 번 치렀으나 당국은 지금껏 별다른 개선책을 내놓지 않았다. 2018년 서울의 한 고교 3학년 학생 10명이 체험학습을 간다고 학교 허락을 받은 뒤 강원 강릉시로 놀러갔다가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로 3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교육부는 일선 시도교육청에 체험학습 현황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등 호들갑을 떨었지만, 4년이 지나도록 바뀐 건 없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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