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성공으로 치료제 시장 줄어
백신 접종 늘자 임상대상 찾기도 하늘의 별따기
예상 못한 우크라戰에…현지 임상 결과 수집 못해
SK바이오사이언스의 '국산 1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품목 허가를 받은 가운데,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의 앞날에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때는 백신보다 더 주목을 받으며 전 국민적 응원을 받았던 치료제는 언제부턴가 관련 소식을 찾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특히 '렉키로나주' 개발에 성공한 셀트리온이 오미크론 하위 변이에 대응할 후속 치료제 임상을 중단하면서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의 개발 시계가 느려지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빠르게 이뤄지고 예방 효과를 내는 백신 접종자가 늘면서 치료제 수요가 자연히 줄어서다.
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오미크론 하위 변이를 겨냥한 '흡입형 칵테일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 3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국산1호 코로나19 치료제 타이틀을 거머쥔 '렉키로나주'는 국내 및 유럽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아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오미크론 변이에서 약효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추가로 연구 개발(R&D)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후 셀트리온은 변이에 대응할 '흡입형' 항체 치료제 개발에 착수, 임상 1상을 완료했고, 여기에 다른 항체를 붙인 '흡입형 칵테일 치료제'의 글로벌 임상 3상에 돌입했는데 이를 중단한 것이다. 셀트리온 측은 "코로나19가 빠르게 풍토병으로 바뀌고 있는데 글로벌 규제 기관이 요구하는 임상 3상 환자 규모가 예상보다 커지고 있다"며 "계속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타당한지 따져봤더니 부정적으로 판단했다"고 중단 이유를 밝혔다. 앞서 GC녹십자와 일양약품, 부광약품도 지난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공식 중단했다.
"백신 접종률↑, 임상 대상 확보 난항…우크라戰까지"
이처럼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운명을 가른 건 다름 아닌 '시의성'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주를 허가한 건 지난해 2월이다.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제출하는 조건이 붙었고, 투여 대상은 고위험군 경증이나 중등증 환자으로 한정됐다. 당시만 해도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보건 당국의 허가를 받은 치료제인데다, 영국 정부가 2020년 12월 세계 최초로 화이자 백신에 대한 긴급 사용을 승인한 지 불과 두 달 만이었기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고위험군 환자의 증상을 완화하는 것만으로도 몇 안 되는 유일한 선택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글로벌 제약사들의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빠르게 이뤄지고 백신 접종자가 늘면서 치료제 수요는 자연히 줄었다. 만약 백신 개발이 실패로 돌아갔다면 걷잡을 수 없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치료제의 효용이 더욱 높아졌겠지만, 펜데믹 초기만 해도 백신과 치료제 중 어느 쪽이 먼저 성공을 거둘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임상 대상자를 모집하기 어려워진 현실적 한계도 작용했다. 중증환자 대상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대웅제약 관계자는 "임상 목표는 700명이었는데 현재까지 모집된 240명에 대한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중간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의 걸림돌이다. 종근당은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의 임상 3상을 국내와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8개국에서 진행하던 중 전쟁으로 현지 임상 결과를 수집하기 어려워졌다. 종근당 측은 "임상 범위를 국내로 축소하고 일부 대상자에 대한 중간 결과를 먼저 내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치며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낮아진 점은 물론, 렉키로나가 오미크론 하위 변이에선 효과가 떨어진다는 보건 당국의 지적도 치료제 개발 시계를 늦춘 이유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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