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학법·대학 평가 완화 등 과제 산적
등록금 늘면 국가장학금도 인상 압박
고물가로 아우성이라 머리 복잡한 교육부
교육부가 10년 넘게 유지된 대학 등록금 규제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도 여전히 '풀듯, 안 풀듯' 조심스러운 행보를 취하고 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달 23일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는 정부 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으나, 교육부는 이튿날 "방향 및 시기에 대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도 등록금 규제 완화가 포함됐지만 교육부는 "검토해야 할 부분"이라며 신중론을 펼친 바 있다.
교육부가 이토록 조심스러운 이유는 자명하다.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문제, 치솟는 물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수업을 두고 분출된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 등 만만찮은 변수들이 엉켜있는 탓이다.
'재정 지원' 해놓은 약속은 많은데..."기재부는 동결 원할 것"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첫째 변수는 재정 압박이다. 대학의 자율적 발전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해소한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방침이나, 이미 재정지원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정책 약속'도 많이 쏟아냈다. 장 차관은 지난달 9일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에서 지역 거점국립대 학생에 대한 국고지원금을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국립대학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명 '서울대 10개 만들기 법안'이다.
교육부는 법 제정에 따른 추가 재정지원 규모를 정부 내에서 확정하거나 협의한 바가 없다고 밝혔으나, 4조 원대의 재정이 소요된다는 추정도 나온다. 교육부는 또 '대학 살생부'로 불리는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를 대폭 손질해 '선(先)재정지원, 후(後)성과관리'로 바꾸겠다는 방침인데, 이 또한 재정지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학 재정지원을 늘리는 과제들이 산적한 가운데 등록금을 지원하는 국가장학금까지 늘면 교육부와 예산당국의 협의 과정도 순탄치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등록금 액수가 늘면 국가장학금 자체가 늘 수밖에 없을 거다. 그래서 등록금 동결을 원하는 또 다른 축이 기재부"라고 했다. 물론 제도상으로 국가장학금이 대학등록금 총액과 직접 결부된 것은 아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등록금이 오른다고 자동으로 국가장학금이 느는 건 아니다. 8월 말까지 기재부와 협의해서 예산안을 짜야 하고 국회 심의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물가·비대면 수업 등록금 환불 요구도 변수
하지만 정부가 등록금 규제를 풀고 국가장학금을 상응해서 올리지 않는다면 "반값 등록금은 끝이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학이 본격적으로 등록금 동결에 나선 건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하고 교내 장학금을 유지하거나 확충한 대학에 지원되는 '국가장학금 Ⅱ 유형'이 2012년 도입된 이후다. '반값 등록금 실현'을 구호로 걸었던 이명박 정부 때인데, 이후 정부들도 제도의 취지는 이어갔다. 지난해 말 국가장학금 4조1,348억 원이 반영된 올해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교육부는 "중산층 자녀까지 포함한 대학생 100만 명을 대상으로 반값등록금을 실현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물가상승'이란 변수도 빼놓을 수 없다. 생활물가가 치솟은 상태에서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코로나19로 2년 가까이 이어진 비대면 수업으로 대학가에선 '등록금 환불' 투쟁까지 벌어졌다.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재정 지출이 OECD 평균(2018년 기준)보다 적은데도 등록금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10위권(국공립대 8위·사립대 7위, 2019년 기준)으로 높은 상황도 지적된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지난달 27일 "그렇지 않아도 고물가에 비명을 지르는 서민경제는 더욱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등록금 인상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물가상승으로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대학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의 한 4년제 사립대 기획처장은 "지난 정부에서 정규직뿐 아니라 비정규직 직원들의 임금 인상도 상당했다. 등록금 수입이 고정된 상황에서 14년간 비용만 늘어나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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