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심 자산 매각 등 자구책 마련
민영화 우려에 정부 "검토한 적 없다"
빚더미에 앉은 한국전력공사와 자원 공기업,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14개 공공기관이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돼 자산 매각·복지 축소 등 집중 관리를 받게 된다.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며 방만 경영에 칼을 꺼내든 정부가 본격적인 고강도 개혁에 나선 것이다. 공공요금 동결·해외 자원 개발 등 정부 정책 실패에 따른 책임을 공공기관에 떠넘긴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30일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재무위험기관 14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자산 2조 원 이상인 27개 공공기관 중 △재무 지표 △재무 성과 △재무 개선도 합계(22점 만점)가 14점 미만이거나,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기관을 추린 결과다.
한전과 한전의 발전자회사 5곳(남동·동서·남부·서부·중부발전),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9곳은 ‘사업 수익성 악화 기관’으로 분류됐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 등 자원 공기업과 코레일은 ‘재무구조 취약기관’으로 집중 관리 대상에 올랐다. 이 중 석유공사와 석탄공사 광해광업공단 세 곳은 누적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가스공사의 부채비율(지난해 연말 기준)은 378.9%다.
재무위험기관 14곳의 부채는 350개 공공기관 부채(583조 원)의 64%인 372조1,000억 원에 달한다. 공기업 부실 경고등이 켜진 만큼 정부는 이들에게 다음 달까지 ①기관 고유 기능과 무관하거나 과도한 복리 후생을 위한 비핵심 자산 매각 ②수익성 낮은 사업 축소, 원가 절감 등 투자·사업 정비 ③인력 재배치와 유사 조직 정비를 통한 경영 효율화 등 3가지 방향의 5개년 단위 재정건전화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사업 수익성 악화 기관은 수익성 제고·비용 구조 분석 등을 통한 효율적인 지출 구조를 수립하고, 재무구조 취약기관은 적극적인 부채 감축과 사업구조 조정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다만 이 같은 방안이 민영화로 이어질 거란 우려에 대해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앞서 26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공기관 개혁은 일을 더 잘하는 공공기관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 국민 전반의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는 검토한 적 없고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은 개혁해야 할 과제지만, 무리한 정부 정책 역시 공공기관 부채 급증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만큼 이들에 대한 정부 개입을 제한하는 장치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문재인 정부의 전기요금 동결 방침에 급등한 국제원자재 가격 부담까지 고스란히 떠안은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7조7,869억 원의 적자를 냈다. 자원 공기업의 완전자본잠식 역시 이명박 정부의 자원 외교에 대거 동원된 탓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전기요금 결정 등 공공기관 운영에 개입할 정부 권한은 손보지 않은 채 공공기관에만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하는 건 전형적인 책임 떠넘기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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