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강남 '오강남의 생각'
코로나로 드러난 한국 기독교의 문제점 비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은 기독교인들에게 종교적 고난이었다. 정부의 방역이 종교 박해라는 극단적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 기독교인마저 대면 예배나 미사를 드리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들에게 예배나 미사는 습관처럼 참여하는 예식이 아니다. 가끔은 반가운 얼굴과 마주하는 기회로 여기기도 하겠지만 이는 본질이 아니다. 천주교는 '전례를 통해 사제이신 그리스도께서 교회 안에서 일하신다'고 설명한다. 교회는 건물이 아닌 공동체고 예배는 공동체가 신과 함께하는 시간이다. 코로나19는 그것을 멈추게 만들었다.
그러니 기독교계가 팬데믹 이후 교회의 운명을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교계에서는 신과 관계를 맺는 방법을 새롭게 정의하려는 논의가 활발하다. 2001년 한국 기독교계의 근본주의를 직격한 '예수는 없다'를 펴냈던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종교학과 명예교수가 8년 만에 내놓은 신작 '오강남의 생각'에도 그러한 논의가 담겼다. 그가 평소 페이스북에 남겼던 종교와 사회, 삶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한 책이다. 기독교 배경의 가정에서 자라 신앙에 회의를 품고 또 학자의 길을 걸어온 자전적 이야기도 실려 있지만 상당 부분은 코로나19로 드러난 한국 기독교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과 고민을 다루고 있다. 팬데믹 이후의 종교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중요한 주제다.
딱딱한 글은 아니다. 저자는 무조건적 믿음이 있으면 바이러스를 피할 수 있다고 믿고 대면 예배를 강행한 교회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농담처럼 전해지는 한 이야기를 전한다. 홍수로 집에 고립된 기독교인이 '하나님이 구해주실 것'이라면서 구호정을 세 차례 돌려보낸 끝에 익사했다. 그가 천당에 가서 자신처럼 독실한 사람을 왜 구해주지 않았느냐고 따지자 하나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너한테 세 번이나 배를 보냈는데 네가 다 거절하니 어쩌겠나.” 주어진 상황에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방법을 강구하는 게 신이 보낸 구원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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