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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의 정치 없인 구조개혁 못한다

입력
2022.07.04 00:00
수정
2022.07.09 18:2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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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
김성식전 국회의원

물가, 경기, 금융시장 등 경제난 가중
경기 대응보다는 구조개혁이 관건
낡은 적대정치 못 바꾸면 개혁 불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경제의 거품이 꺼질 때, 현실은 무자비하다. 빠지는 물살은 거세지만 정작 식수를 구하기는 어렵다. 정책금리 인상 보폭을 0.75%p로 키운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은 상원 청문회에서 "경제침체 가능성이 있지만, 2% 대로 물가를 잡을 것을 강력하게 약속한다"고 답했다. 중앙은행들이 돈줄을 죄니 곳곳에서 비명이 커지지만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엎친 데 덮친 형국이다.

연착륙은 기대하기 어렵다. 주가, 금리, 환율에 섣불리 상하방의 한도를 말하기 어렵고 저지선 만들기도 어렵다. 그러다가 정책 여력을 소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다행히 정부와 민간의 주요 장부들을 들여다보면 과거처럼 급성쇼크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 반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우리 경제의 만성질환이다. 위기를 관리하며 견딜 것은 견디고(거시정책), 고칠 것은 고치고(경제구조개선), 어려운 국민들을 정부가 도와야 한다(재정정책).

최근 일부 언론은 물가에서 경기침체와 수출경쟁력 쪽으로 의도적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은행이 마땅히 해야 할 금리 인상에 감속 압박을 가할 심산이다.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장들을 소집해 대놓고 압박했는데, 효과도 적은 엇박자이자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빌미가 될 뿐이다. 기획재정부의 국채 조기상환 확대 조치도 그 의도가 궁금한데, 냉탕에 더운물 한 바가지 붓는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한국은행도 미 연준의 보폭을 다 따라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대규모 양적 완화를 한 적이 없고,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고 곧바로 외화가 유출되는 것도 아니다.

환율에는 좀 냉정해야 한다. 달러화 강세로 원화 환율이 1,300원대를 뚫고 있는데,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에 대해서는 원화의 상대적 강세 흐름을 당분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일본은 여전히 정책 금리가 0%이고 국채 금리가 0.25%를 터치하면 일본중앙은행이 직접 매입한다. 우리가 엔저 속도를 따라잡으려 해봐야 실효적이지 않고 수입물가와 외환시장에 부작용만 커진다. 요컨대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견뎌나가야지 거시정책에 한 방의 특효약은 없다.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니 취약 가구에 대한 재정정책은 강화되어야 하는데, 정부의 법인세 인하 방침은 시의적절하지 않다. 우선 예산성과를 높이도록 지출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정부도 새 경제정책 방향에서 밝혔듯, 관건은 구조개혁이다. 얼마 전 주 52시간제 개편방향을 놓고 대통령과 노동부 장관이 혼선을 보이기도 했다. 노동, 교육, 공공, 연금, 규제 등 구조개혁은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사회적 공감과 정치적 타협을 이끌어내기 위해 혼신을 다해 진력하느냐가 핵심이다. 검찰 특수부 수사와는 결이 다른 일이다. 거칠게 정부 공식 입장을 밀어붙인다고 되는 일은 없다. 역대 정권들이 해답을 몰라서 못했나. 이미 각 부처의 컴퓨터 파일 속에 있고 권력의 구미에 맞게 표지갈이와 재편집이 반복되고 있다. 알량한 인재풀과 극단적 진영 정치로 재미보려 했기 때문에 다 좌초된 것이다.

구조개혁은 행정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이다. 적대적 정치의 앙상하고 갈라진 밭떼기 위에서 어떤 구조개혁도 성공의 열매를 맺을 수 없다. 각자도생의 아비규환 속에 공동체의 길은 흐려지고 그걸 이용하려는 못된 정치가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경제위기 극복과 구조개혁의 성공을 바랄수록,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은 국정과 정치와 인사를 통합과 유능의 방향으로 쇄신하고 있는지, 지난 정부를 답습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다.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도 거품이 빠질 때 무자비하기는 마찬가지다.

김성식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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