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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1900만 원이 풍족?… 30년간 임금 안 오른 일본인들 '분노'

입력
2022.07.03 16:30
수정
2022.07.03 16:5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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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약 정신 강조한 일본 재테크 서적 논란 중심에
물가 상승 속 임금 동결된 일본인들 책 제목 비판
200만 엔은 최저생계비 수준...현실 반영 못해

일본에서 6월 출간된 ‘연수입 200만 엔으로 풍족하게 산다’의 표지. 절약법을 소개한 책이지만 제목 때문에 비판을 받았다. 아마존 캡처

일본에서 6월 출간된 ‘연수입 200만 엔으로 풍족하게 산다’의 표지. 절약법을 소개한 책이지만 제목 때문에 비판을 받았다. 아마존 캡처

'불필요한 일용품 안 사기, 이동통신 싼 요금제로 갈아타기, 은행 수수료 아끼기… '

지난달 일본에서 출간된 한 서적에 소개된 절약법이다. 대단한 비법을 소개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이 책이 큰 논란을 일으키며 화제가 됐다. 30년 만의 이례적인 물가 상승으로 일본 국민들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같은 기간 제자리였던 임금 현실이 오히려 부각되며 일본인들의 분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제목은 ‘연 수입 200만 엔으로 풍족하게 산다’이다. 100만 부 넘게 팔렸다는 ‘연봉 200만 엔부터의 저금생활선언’을 비롯해 ‘처음 하는 사람을 위한 3,000엔 투자 생활’ ‘일주일 지갑으로 쉽게 돈을 모은다’ 등 저축과 투자에 관한 서적을 수십 권 써 온 요코야마 미쓰아키씨의 신작이다. 이번 책은 만화가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의 절약법을 삽화와 사진을 곁들여 소개했다.

내용 면에서 새로울 게 없는 책이 화제가 된 건 제목 때문이었다. 연 수입 200만 엔(약 1,900만 원)이라면 한 달에 16만6,000엔(약 159만 원) 정도인데, 이는 사실 ‘풍족’과는 거리가 먼 최저생계비 수준이다.

결국 ‘연봉 200만 엔으로는 살 수 없다’ ‘절약을 미덕이라고 여기는 건 그만하자. 이러니까 일본인이 가난해진다’ 같은 비판이 잇따르며 트위터에선 연 수입 200만 엔(#年収200万円)이란 표현이 인기 키워드에 올랐다. 방송에서도 출연자들이 200만 엔으로 풍요롭게 사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토론을 벌였을 정도다.

도쿄의 한 식품점에서 가게 주인이 초콜릿을 판매하고 있다.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지난 4, 5월 연속으로 2%를 넘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도쿄의 한 식품점에서 가게 주인이 초콜릿을 판매하고 있다.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지난 4, 5월 연속으로 2%를 넘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책 출판 시기가 마침 30년 동안 제자리였던 일본의 소비자물가가 크게 오르는 시점이었다는 것도 논란을 부추긴 원인이 됐다. 지난 4, 5월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를 기록, 7년 만에 처음으로 2%를 넘어섰다. 식품 가격 상승률은 4% 이상, 전기, 가스 등 광열비는 두 자릿수 상승 중이다.

슈퍼마켓에서 올해만 두 차례 이상 오른 식용윳값이나 빵값을 보면 놀랄 정도지만 임금은 그대로라는 것이 일본인들의 호소다. 최근 엔화 약세로 큰 이익을 올리고 있는 수출 대기업은 올해 2%대 임금 인상에 합의했지만, 원료를 수입하는 내수기업은 오히려 채산성이 악화해 임금을 올려줄 여력이 없다.

일본 국세청에 따르면 2020년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433만 엔으로, 약 460만 엔으로 최고를 기록했던 2000년에 비해 오히려 떨어진 상태다. 이 기간 비정규직 비중이 늘어 연봉 200만 엔 이하 근로자의 수가 36%나 늘었다. 2020년 기준 연 수입 200만 엔 이하인 근로자의 비율은 전체의 22.2%에 달한다.

작가·평론가인 후루야 쓰네히라씨는 “연 수입 200만 엔으론 절대 풍요롭게 살 수 없다. 200만 엔으로 잘 살라고 강요하면 그건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간 SPA와의 인터뷰에서 “연 수입 200만 엔은 오히려 복지정책으로 구제해야 할 빈곤선”이라면서 “이런 생활을 풍요롭게 산다고 미화하거나 청빈하다고 예찬하면 빈곤을 사회문제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멀리하게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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