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900만 명 통신장애 피해
태풍 다가오는데...일 정부 "중대사고" 규정
기상청, 은행 등 법인 기업 통신망 피해도 커
일본 3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KDDI 통신망에 대규모 장애가 발생해, 개인 통화나 데이터 전송은 물론 이 회사의 통신망을 사용하는 금융·물류기업의 서비스까지 마비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3일 오전 KDDI에 따르면 전날 오전 1시 35분쯤부터 KDDI의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해 그 영향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KDDI의 서비스망을 사용하는 저가 휴대폰 브랜드 가입자 등을 포함해 총 3,915만 명이 이번 장애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산됐다. 다카하시 마코토 KDDI 사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사죄하고, 동일본 지역은 오후 5시 30분쯤 복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일본 지역은 오전 11시쯤 복구 작업이 종료됐다.
기네코 야스시 총무장관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와 열사병 위험이 커지고 태풍 4호가 접근하고 있는 시점에 휴대전화 서비스에 장애가 생겨, 소방·구급 등 긴급신고에 지장을 일으킨 것은 심각하다”며 “전기통신사업법상 중대사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일본에선 1시간 이상 장애로 3만 명 이상의 이용자에게 영향이 발생해 긴급신고 등을 하지 못하는 경우 이동통신사업자가 ‘중대사고’로 규정하고 총무성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장애는 개인 전화나 데이터통신뿐 아니라 △기상청 △택배회사 △철도회사 △지방은행 등 KDDI의 망을 사용하던 법인 서비스까지 마비돼 일상에 미치는 피해가 더 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앞서 개인용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되자 KDDI는 법인 영업에 중점을 두었고, 특히 사물인터넷(IoT) 분야 영업에선 타사보다 앞서 나갔다. 3월 말 현재 법인용 IoT 회선 수는 2,450만 회선으로 1년 전에 비해 40%나 급증했다.
NHK에 따르면 일본 기상청은 기온, 강수량 등 관측 정보를 다루는 지역 기상관측시스템에서 일부 데이터가 전송되지 않는 피해가 있었다. 전국 1,284곳의 관측소 중 897지점에서 KDDI 망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복구가 된 3일 오전 11시 시점에도 204곳의 관측소가 장애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후현의 오가키교리츠은행은 일부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할 수 없게 됐고, 오다큐버스 등 수도권의 일부 버스업체는 위치정보 제공 시스템이 마비됐다. 일본항공(JAL)도 하네다, 나리타 공항에서 직원용 무선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일본 최대 택배업체인 야마토홀딩스는 배송 상황 확인 시스템에서 정보가 갱신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해 배달에 지장을 겪었다. 우편 회사인 닛폰유빈은 화물열차 지연으로 인해 일부 배송이 지연됐다.
△도요타 △마쓰다 △스바루 등 자동차 업체의 IoT 서비스인 ‘커넥티드 카’ 시스템도 일부 작동하지 않았다. 사고나 고장 시 콜센터에 연락하는 기능, 차에서 먼 곳에서 스마트폰으로 문을 개폐하는 기능, 전조등의 점등 상태를 확인하는 기능 등을 이용할 수 없었다.
일본에서 주요 이동통신사 서비스가 대규모 장애를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최대 이통사인 NTT도코모가 29시간에 걸친 통신 장애를 겪은 후 총무성의 행정지도를 받았다.
2018년 12월엔 소프트뱅크가 4시간 반 동안 약 3,060만 명이 피해를 본 대규모 통신장애를 빚었다. KDDI는 앞서 2012년 말~2013년 5월에도 여러 차례 대규모 통신장애가 발생해 총무성으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았다. 니혼게이자이는 “지금까지의 통신장애는 주로 개인 휴대폰에서 통화가 어려워지는 정도의 피해였지만 IoT로 통신이 산업과 결합되면서 사회적인 영향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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