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유대교 회당, 유대교 율법 따라 소송
임신중지 반대 운동 앞장선 기독교와 대척점
"생명은 (난자와 정자의) 수정이 아닌 출생 이후 시작된다."
임신중지(낙태)를 둘러싸고 분열된 미국에서 유대교인들이 임신을 중단할 권리를 옹호하며 내세운 논리다. 태아의 생명권(프로 라이프)과 여성의 선택권(프로 초이스) 사이에 전선이 그어진 가운데 '태아를 언제부터 생명으로 볼 것이냐'는 고난도 논란에 불이 붙었다.
유대교 율법 "생명은 탄생 이후"
3일(현지시간) 미국 공영라디오 NPR 등에 따르면, 플로리다주의 유대교 회당은 15주 이후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주법에 지난달 소송을 제기했다. 임신중지권을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례를 연방대법원이 파기해도 곧바로 임신중지 제한 조치가 시행되지 않도록 하는 게 소송의 목적이다. 공화당의 차기 대선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지난 4월 일찌감치 서명한 주법은 이달 1일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이로써 유대교는 임신중지 반대 운동의 선봉에 선 개신교와 대척점에 서게 됐다. 이는 '출생 이후를 생명의 시작'으로 보는 유대교 율법 때문이다. 조지타운대에서 할라카(유대법)를 가르치는 라자 프라이스는 "할라카에서는 태아는 태어날 때 사람이 된다고 말한다"며 "잠재적 생명이 실제 생명을 위협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NPR에 말했다. 플로리다 유대교 회당의 랍비 배리 실버는 "유대인 여성은 임신중지를 할 권리가 있다"며 "임신중지 제한은 사생활 권리뿐 아니라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논지를 폈다.
'천차만별' 주수별 임신중지 허용 기준도 논쟁적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세포분열 중인 배아로 보느냐, 생명을 가진 인간으로 보느냐는 임신중지 논쟁을 판가름할 핵심 쟁점이다. 임신중지 허용 시기를 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임신 주수도 논쟁적이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임신중지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은 24주를 기준으로 세웠다. 태아가 모체 밖에서 생존 가능한 시기를 임신 24주로 보고, 24주 이내의 임신중지를 인정했다. 임신중지권을 보장하는 대부분 선진국에서도 임신 24주 안팎을 기준으로 삼는다.
반면 미국에서 가장 강력하게 임신중지를 제한하는 텍사스주엔 6주 이후 임신중지를 처벌하는 이른바 '심장 박동법'이 있다.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를 생명의 시작으로 잡은 것이다. 연방대법원의 합헌 결정을 이끈 미시시피주 법은 15주 이후의 임신중지를 금한다. 주별 기준이 제각각인 셈이다.
기준을 통일한다 해도 끝이 아니다. 불법의 경계를 가를 15주와 15주 1일을 분명히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임신 전 마지막 생리 시작일로부터 따지는 주수 산정 방식의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2019년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임신중지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보완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임신 14주까지는 무조건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법안과 15~24주 사이엔 조건부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법안 심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