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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AI 연구팀의 지식 절도

입력
2022.07.05 19:00
수정
2022.07.11 11:05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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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랑
박미랑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편집자주

범죄는 왜 발생하는가. 그는 왜 범죄자가 되었을까. 범죄를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 곁에 존재하는 범죄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본다.


윤성로 교수 연구진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동영상. 유튜브 채널 'E2V-SDE (Parody)' 화면 캡처

윤성로 교수 연구진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동영상. 유튜브 채널 'E2V-SDE (Parody)' 화면 캡처

며칠 전 서울대 AI 연구팀의 논문 표절 의혹이 터졌다. 서울대 윤성로 교수와 그의 연구진이 약 10여 개의 논문을 짜깁기해 권위있는 학술대회에 투고했다는 것이다. 2021년 학회에 제출한 논문을 올해 6월 학술대회에서 구두발표를 하자마자 다음날 표절 의심이 제기되었다. 표절은 특정 부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고, 논문의 시작부터 방법론, 그리고 결론까지 전체가 해당되었다. 이후 해당 저널은 게재허가를 철회하였고, 학회 차원은 물론 서울대에서도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열어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과거 2005년 서울대 황우석 사건 이후, 학계는 연구 윤리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그 덕분에 적어도 겉모습은 제도적으로 완벽해 보인다. 학술대회 때마다 연구 윤리 교육을 실시하고, 논문 제출 시마다 연구 윤리서약서를 제출함은 물론 표절률을 검토해주는 프로그램도 활용 중이다. 그러나 겉모습만 그러하였다.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는 교수의 연구실에서 세계 학자들이 구독하는 저널에 짜깁기 논문을 제출했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닐 것이라는 의심을 충분히 살 만하다. 죄의식이 전혀 없거나 상습성에 기인한 대담함이다.

연구부정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표절 관련 연구의 대표조사로 꼽히는 월리엄 바워즈(William Bowers)의 1964년 연구에서는 75% 이상의 미국 학생이 교육과정상 부정한 행동을 한 적이 있다고 보고하였다. 호주 연구에 따르면 공학 및 과학 분야에서 표절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예술 분야도 높았다. 흥미로운 것은 표절을 하지 않은 집단이 '표절에 가담하지 않은' 이유로 밝힌 내용이다. 그들은 '배우고 발전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라는 점과 '표절로 인해 오히려 학점이 낮아진다'고 응답했다. 처벌의 두려움이나 발각의 두려움 때문에 표절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일반적 기대치보다 낮았다. 교육의 본질이 경쟁이나 생존이 아닌 개인의 발전이라는 점이 학생들에게 전달된 것과, 비용편익에서 손해가 크게 발생하는 내부 제도의 효과가 작동한 것이다.

범죄학의 '중화(中和)이론'(Sykes&Matza, 1957)은 특정 범죄 행위를 바라보는 시각이 중화(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것이 섞여 각각의 성질을 잃거나 그 중간의 성질을 띠게 함)적인 경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그 가해자가 된다고 본다. 보편적으로 범죄의 원인은 범행을 해야 한다는 신념보다는 그 행위가 절대적으로 나쁘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범죄에 동원되는 중화 기술은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다는 책임감 부인, 피해자가 없어서 큰 잘못이 아니다는 변명, 본질적인 잘못이 내게 있지 않다는 생각, 그리고 더 높은 가치를 위한 행동이었다는 변명으로 구분된다. 물론 발각되지 않는다는 생각과 걸려도 처벌 수위가 높지 않다는 합리적 선택도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결과물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개인의 윤리를 압도할 경우 연구 부정 행위는 쉽게 선택되어진다. 성과에 대한 압박과 자신의 능력을 불신하는 낮은 자아 존중감의 상호작용은 이 결정을 더욱 강화한다. 서울대 윤성로 교수는 내 잘못이 아니라는 중화적 태도를 보였고,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 더 있을 테지만 일단 제1저자는 모든 것이 본인 책임이라는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둘 중 누구의 잠재적 재범 위험성이 높을까?

표절이 왜 발생하는가와 어떻게 막을 것인가는 같은 맥락 안에 있다. 압박감과 함께 자리 잡은 표절이 큰 잘못이 아니라는 생각과 발각되지 않는 시스템, 그리고 처벌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편익분석이 주요 요인이다. 따라서 표절을 남의 지식을 훔치는 절도 행위라고 분명히 가르쳐야 하며, 발각의 가능성과 처벌의 수위를 높여야 할 것이다. 지식절도 행위로 인해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커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황우석 사건이 터진 이후 황우석은 대통령상 표창을 취소당했고, 상금 3억 원을 반환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대 AI 연구팀은 지식절도 행위로 무엇이 취소되고 얼마를 반환하여야 할까? 또 어떤 처벌을 받아야 할까? 취소되고 반환될 것은 오늘의 논문과 오늘의 임명장 그 이상이어야 함은 명확하다. 학계는 물론 우리는 그들의 지식 절도에 대한 심판을 엄중히 해야 할 것이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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