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권력과 한류 양극화] ②한류 성과 독식하는 스타, 부익부 빈익빈 심화
19년 차 배우 A씨의 지난해 소득은 3,000만 원대다. TV 드라마와 영화, 광고 18편에 출연하고 받은 수입이다. 조연과 단역을 오가는 배우치곤 적지 않은 수입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독립영화에선 주연급으로 출연하면서 20년 가까이 활동한 배우에겐 충분한 소득이라 하긴 어렵다. 그는 “지난해 소득에서 광고 출연료가 60~70% 정도여서 광고 모델 출연이 없었다면 연기 활동만으로 번 돈은 1,000만 원 안팎일 것”이라고 말했다.
출연료를 모두 손에 쥐는 것도 아니다. 먼저 출연료의 20~30%를 캐스팅 디렉터나 에이전시가 가져간다. A씨는 “소속사가 있을 경우 캐스팅 디렉터에게 주는 비용을 뺀 나머지를 회사와 5대 5로 나눠 갖는다”라며 “오디션과 촬영 등에 다닐 때 드는 각종 비용이나 연기를 위해 받는 레슨 비용 등을 빼면 통장에 남는 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최근 지인과 동업으로 카페 운영을 시작했다. 가장이 되면서 좀 더 안정적인 소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느 정도 얼굴이 알려진 조연급 이상 배우가 아니라면 출연료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주위의 조·단역 배우 10명 중 9명은 부업이나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말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이 커지면서 드라마 제작이 크게 늘고 있지만 정작 대다수 배우들의 출연 소득은 이처럼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줄어 들고 있는 추세다. 주연급 연기자들의 출연료가 급등하는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결과다. 드라마 주연배우 최고 출연료는 2001년 회당 500만 원(SBS ‘여인천하’ 강수연)에서 지난해 5억 원(쿠팡플레이 ‘어느 날’ 김수현)으로 100배 뛴 반면 방송사 드라마 출연 배우가 받는 최저 출연료는 70분 미니시리즈 기준 2001년 30만 원 수준에서 2022년 현재 약 50만 원으로 6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물가는 매년 뛰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배우들의 평균 소득이 오히려 줄고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실제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조합원 5,411명의 평균 연간 소득은 1,577만 원으로 전년보다 8.1% 줄었다. 2,301만 원이었던 2017년에 비해선 31.4% 감소했다. 송창곤 한국방송연기자노조 대외협력국장은 “고정 배역이 줄고 조·단역 배우들의 연기 활동 기간이 점점 짧아지면서 1인당 소득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에 가입된 배우 5,411명 가운데 지난해 1,000만 원 미만의 소득을 거둔 비율은 무려 84.5%에 달했다. 다섯 명 중 네 명은 한 달 수입이 9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해 최저시급 기준 연소득 2,186만 원보다 적은 수입을 거둔 조합원은 88.8%에 이른다. 송창곤 국장은 “드라마 출연료 50만 원에는 숙박비, 식비, 교통비가 모두 포함돼 있어서 지방 촬영일 경우 이를 빼고 나면 최저시급보다 덜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주연급 배우들의 출연료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김수현의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이병헌 송중기 전지현 송혜교 등 톱스타들의 회당 출연료는 2억~3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OTT 제작 드라마가 늘면서 주연배우들의 출연료 상승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배대식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한 번 오른 톱스타들의 출연료는 웬만해선 떨어지지 않는다”며 “주연급 배우들의 출연료와 스태프 인건비가 오르면서 제작비가 크게 늘어 제작사들의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 배우들의 몸값이 오르다 보니 조·단역 배우들은 한국 드라마 시장의 급성장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창곤 국장은 “조·단역 배우들은 미방영분 출연료, 장면 재사용료, 음성출연료, 사진 이용료 등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이러한 불공정 계약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최초 송고 기사 중 2001년 SBS ‘여인천하’ 강수연의 회당 출연료가 5,000만 원이 아닌 500만 원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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