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7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첨단분야 신ㆍ증설을 위해 대학 정원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현재 묶여 있는 수도권 대학 학부 정원의 증원을 허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연구인력 확보가 어려워 수도권 대학 반도체 관련 학과의 정원 증원을 요구하는 관련 기업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인 것이다.
문제는 비수도권대의 거센 반발이다. 이들은 교육부 계획대로라면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편중으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비수도권대의 사정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문제를 둘러싼 수도권대와 비수도권대의 인식은 천양지차다. 최근 전국대학총장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수도권대 첨단분야 학과 정원 확대에 수도권대는 85.7%가 찬성한 반면, 비수도권대는 92.9%가 반대했다.
비수도권 127개 대학 총장들은 이날 정부 계획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수도권을 제외한 9개 광역지자체 국ㆍ공립ㆍ사립대 10여 개에 대학별로 평균 반도체 관련 인력 60여 명씩을 양성하도록 하고 수도권 대학은 대학 내 정원 조정으로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합당하지만 기업의 요구와는 상충되고 실효성도 의문이다. 실제로 기업의 수요가 높고 취업이 보장되는 수도권 반도체 학과는 경쟁률이 치열하다. 그러나 2022년 반도체학과를 운영하는 비수도권대 8곳 가운데 3곳은 정시모집에서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비수도권 중심으로 관련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현실성이 낮은 이유다.
교육부가 반도체 인력 양성을 둘러싼 수도권과 비수도권대 간 첨예한 갈등을 해소할 복안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비수도권대 총장들의 기자회견을 통제하는 식의 거친 방법으로는 문제가 악화할 뿐이다. 이달 중 교육부가 내놓기로 한 반도체 인력 양성 방안에 수도권대와 비수도권대 간 갈등을 조율할 수 있는 정교한 해법이 담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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