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尹, 두 달 만에 엉망진창... '겸허히 듣겠다' 말이라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도전 박용진 의원
"친명계 힘자랑에 민주당 망할 수도 "당내 부글부글 끓어 곧 태풍 만들어져" "박지현 스스로 '토사구팽·계륵' 표현 가슴 아파" "尹 순방 민간인 동행 문제 없다? 계속하시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 도전하는 박용진(왼쪽) 의원이 6일 경기도청을 방문, 김동연 지사와 환담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 출사표를 던진 박용진 의원은 전당대회 룰 변경 반대 기자회견을 가진 친이재명계 의원들에게 "룰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민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간에 힘자랑하고 연판장 돌리고 하는 모습이 정말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서는 "두 달 만에 이렇게 엉망진창 갈 것이라고 생각 못 했다"고 했다.

박 의원은 8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계파 전당대회가 아닌 민심 전당대회여야 흥행이 가능하고 그것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서 몸부림을 쳐야 되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제일 걱정스러운 건 이재명 의원의 출마가 아니라 이 의원의 출마로 전당대회가 계파 힘자랑대회로 전락하게 되지 않을까"라며 "전당대회가 국민들에게 민주당이 변했다는 변화의 증거가 돼야 하는데 친명이냐 반명이냐의 계파 대립으로 가면 이러다가 다 죽는다, 민주당이 오히려 망하는 길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공부를 위해서 혹은 과거의 뜻이 같거나 미래 지향이 같아서 모임을 만들고 그 모임을 통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정치에서 항상 있는 일"이라며 "문제는 힘을 쥐고 있는 측에 줄을 대기 위해, 가치와 비전이 아닌 이익을 도모하는 건 정치연합이 아니라 '상인연합'에 불과하고, '이익연합'"이라고 지적했다.

"전당대회 친명·반명 계파 대립으로 가면 다 죽어"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원장이 7일 오후 경기 의정부시의회에서 이틀째 단식농성 중인 같은 당 정진호 시의원을 찾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당대회 룰에 대해서는 "국민 목소리를 듣겠다면서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다른 정당 지지자는 여론조사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룰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며 "출마 선언 훨씬 전부터 당심 50, 민심 50으로 가야 하고 역선택 방지조항이 없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다만 "룰은 세팅됐고, 그러면 룰에 따라 당당하게 승리하고, 그 작은 공간에서조차 민심을 반영하는 역동적인 전당대회를 만들도록 앞장서겠다"고 받아들였다.

당대표 도전이 불발된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서는 "본인 입으로 '토사구팽 됐다', '내가 계륵이냐'고 하는 말을 듣고 가슴 아팠다"며 "민주당을 비롯한 한국 정치가 청년 정치인을 이렇게 소비하고 말아버린다. 한국 정치, 민주당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봤다고 생각한다"고 반성했다.

박 의원은 또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 진입했는데 한국 정치만, 대한민국의 정당들만 여전히 개발도상국 상황에 머물러 있고, 서로 실수하기만 기다리다 서로 물어뜯기만 하는 정치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 박용진의 혁신 약속"이라며 "아침마다 국민의힘하고 아웅다웅 싸우는 정당이 아니라 중국의 공산당, 일본의 자민당, 미국의 민주당 공화당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국제정당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尹, 언론·국민·야당 지적하면 '겸허히 듣겠다' 말이라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3박 5일간의 스페인 마드리드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영접 나온 인사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중도 확장성, 민주당으로 회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통로. 그리고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이라는 절망적 체념에 맞설 유일한 대항마"라고 강조했다. 여론조사에 이재명 의원과의 지지율 격차가 크다는 지적에도 그는 "태풍이 만들어지려면 바닷물 온도가 일정한 이상으로 올라가야 된다"며 "지금 민주당 내부가 부글부글 끓고 있어 곧 태풍이 만들어질 것이고, 그 태풍의 한복판에 박용진이 서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윤석열 정부 평가를 부탁하자 박 의원은 "두 달 만에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며 "언론 국민 야당에서 '좀 아니지 않느냐'라고 하면, 말이라도 '겸허히 듣겠다'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특히 최근 불거진 인사비서관 부인의 윤 대통령 해외순방 동행 및 자원봉사 논란에 대해서는 "이것을 지적했더니 한다는 말이 아무 법적인 문제가 없고 업무 연속성이었다는 것"이라며 "잘하셨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시고 이번에는 인사비서관 부인이었으니 다음에는 총무비서관 부인도 하시고 정무비서관 배우자도 하셔라"라고 비꼬았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