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정치인 모두는 별의 순간을 찾아 달린다. 하지만 정치 현장에는 별의 별(★) 순간이 다 있다. 정치부 기자의 밥벌이는 찰나처럼 스쳐가는 별의 순간을 포착하는 일이다
"선거 기간에 스테로이드 먹어가면서 (뛰었는데)...북받쳐 오른다."
두번째 '운명의 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소명하기 위해 윤리위원회에 출석하기 전 작정한 듯 설움을 토로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달려왔는데, 대선 승리하고도 어느 누구에게도 축하받지 못했다"며 여러 차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평소의 그 답지 않게,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입술을 꾹 다물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감정이 북받쳐 들어가 준비한 소명을 다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이 대표의 소명은 7일 자정까지 3시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또박또박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이 대표의 소리가 중간중간 회의장 밖으로 새어나왔죠.
소명을 마치고 나온 이 대표의 표정은 한결 밝아졌습니다. 그는 "윤리위에서 질문한 내용들을 제 관점에선 정확하게 소명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들어갈 때 울먹이던 것과 달리, 나와선 말하는 중간 웃음기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단 뜻일까요.
할말을 쏟아낸 이 대표는 직접 자신의 차를 몰고 국회를 떠났습니다. 목적지는 강서구의 한 횟집. 허은아·김형동 의원 등 곁을 지킨 대표실 식구들과 함께 아침까지 밀린 회포를 풀기로 했답니다. 당대표 비서실장직을 내려놓으며 '윤심(尹心) 손절'이라는 해석을 낳게 한 박성민 의원도 함께 한다고 합니다. 2주 전 윤리위가 열렸을 때도 그랬다네요.
이 대표가 떠난 뒤에도 기자들은 집에 가지 못했습니다. 윤리위가 징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몇 시간이나 더 논의를 이어갔기 때문입니다. 그러길 3시간, 윤리위는 이 대표에 대해 당원권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했습니다. 윤리위가 시작된 지 7시간 50분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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