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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원톱 드라마 전성시대…노인·아이 원톱은 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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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원톱 드라마 전성시대…노인·아이 원톱은 왜 없을까

입력
2022.07.1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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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 찾은 여성 원톱물 '안나'·'왜 오수재인가'·'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유미의 세포들'
"사회가 원하는 여성상 달라졌다"

수지가 '안나'에서 활약 중이다. '안나'는 대표적인 여성 원톱 드라마다. 쿠팡플레이 제공

수지가 '안나'에서 활약 중이다. '안나'는 대표적인 여성 원톱 드라마다. 쿠팡플레이 제공

여성 원톱 드라마가 더는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배우 수지 서현진 김고은 박은빈 등은 시청자들의 호평 속 이러한 작품의 주연으로 활약 중이다. 그러나 노인, 아이가 홀로 이끄는 드라마는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안나'는 대표적인 여성 원톱 작품이다.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드라마의 주연은 수지다. 수지는 자신이 맡은 역할인 이유미의 10대부터 30대까지 표현해냈다. 정체를 속인 채 안나로 살아가는 거짓말쟁이 이유미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안나' 측은 확장판 공개 소식을 전하며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다.

서현진은 SBS 드라마 '왜 오수재인가'로 대중을 만나는 중이다. '왜 오수재인가'는 성공만을 좇다 속이 텅 비어버린 차가운 변호사 오수재와 그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도 두렵지 않은 로스쿨 학생 공찬의 이야기를 담는다. 주인공 오수재 역을 맡은 서현진의 열연은 안방극장에서 통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4회 시청률이 수도권 10.5%, 전국 10.1%를 기록했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박은빈의 활약을 담은 여성 원톱 드라마다. 박은빈은 천재적인 두뇌, 그리고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변호사 우영우를 연기하는 중이다. 이 작품은 6월 5주차 굿데이터 TV화제성 드라마 부문 순위 발표에서 1위에 올랐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드라마는 세포들과 먹고 사랑하고 성장하는 김유미의 일상을 그렸다. 호평 속에 지난달 시즌2로 돌아왔다. 김고은은 첫 시즌에 이어 또 한 번 사랑에 울고 웃는 평범한 김유미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안나' '왜 오수재인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유미의 세포들'은 제목에서부터 여자 주인공의 이름을 넣으며 이들의 활약을 예고했다. 여성 원톱물은 과거 흔치 않았지만 최근 안방극장 속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작품의 소재도, 주인공이 가진 개성도 다양하다. 시청자들은 이러한 드라마들을 향해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중이다.

노인·아이 원톱물, 왜 찾아보기 힘들까

'나빌레라'는 노인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박인환과 송강의 열연은 시청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안겼다. tvN 캡처

'나빌레라'는 노인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박인환과 송강의 열연은 시청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안겼다. tvN 캡처

여성 원톱물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한 가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왜 노인, 아이를 중심으로 하는 드라마는 찾아보기 힘든가'다. 지난해 tvN 드라마 '나빌레라'에서 박인환이 나이 일흔에 발레를 시작한 덕출 역을 맡아 주인공으로 활약했지만 원톱으로 보긴 어려웠다. 채록 역의 송강 또한 그만큼이나 높은 비중을 자랑했다. 2017년생 기소유는 지난달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손은기를 연기했다. 주연이라는 타이틀이 주어졌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무려 15명이었다.

안방극장에서 극을 이끄는 노인, 아이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대중이 이들의 삶 자체에 관심이 없다고 보긴 어렵다. 유튜브에서는 노인, 아이가 이끄는 콘텐츠가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2019 KBS 연예대상'에 시상자로 나섰던 박막례 할머니는 인기 있는 유튜버 중 한 명이다. 장난감을 갖고 노는 키즈 유튜버들의 영상이 몇 천만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유독 노인, 아이를 내세운 드라마가 드문 걸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본지에 "드라마와 예능적 요소를 지닌 유튜브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드라마 시청자들이 등장인물에 자신을 투영한다. 간접 경험을 하며 판타지를 충족하려는 욕망을 갖고 있는 거다. 그러나 유튜브 이용자들은 기존의 관념들을 깨뜨렸을 때 나오는 재미를 추구한다"고 전했다. 또한 "드라마 시청층과 유튜브 시청층이 같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유튜브 이용자가 환호하는 콘텐츠를 드라마 시청자가 좋아할 거라는 보장이 없다는 의미다.

노인, 아이 원톱 드라마 제작에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한 드라마 제작진은 "노인, 아이에 대한 시나리오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들에 대한 스토리가 진부한 경우가 많다. 노인, 아이에게 악한 설정을 부여하기 어렵기에 캐릭터의 다양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등장인물 중 하나로 나올 때는 좋지만 원톱으로 극을 끌고 가기엔 아쉬울 수 있다. 물론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충분히 드라마로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긴 촬영을 노인, 아이들이 잘 버텨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여성이 이끄는 드라마, 안방극장 가득 채우게 된 배경은

서현진이 '왜 오수재인가'로 대중을 만나고 있다. 그가 맡은 역할은 성공만을 좇다 속이 텅 비어버린 변호사 오수재다. 스튜디오S, 보미디어 제공

서현진이 '왜 오수재인가'로 대중을 만나고 있다. 그가 맡은 역할은 성공만을 좇다 속이 텅 비어버린 변호사 오수재다. 스튜디오S, 보미디어 제공

그렇다면 여성 원톱물이 안방극장을 가득 채우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정 대중문화평론가는 "여성의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 캐릭터들에게 과거 수동적인 면모가 많이 나타났다면 최근에는 주체성, 목표 의식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사회가 여성을 바라보는 관점, 사회가 원하는 여성상에 대한 부분들이 달라졌고 그 부분이 나타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작진은 좋은 스토리를 가진 드라마의 등장을 꼽았다. 정 대중문화평론가와 마찬가지로 대중의 시선이 달라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작진은 "드라마의 주타깃층 자체가 여성이었고 여자 주인공보다 남자 주인공의 인기가 더 높은 경우가 많았다. 남자 주인공의 활약에 집중해야 했지만 지금은 여성을 원톱으로 내세워도 될 정도로 스토리 자체가 매력적인 드라마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또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변호사 등의 역할을 맡아 극을 이끌어도 불편하게 보지 않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오리지널의 경우 OTT도 영향을 미쳤다. 제작진은 "OTT가 제작비를 지원해 줌으로써 작품만을 생각하고 드라마를 만들 수 있게 해줬다. 남자 주인공이 높일 시청률에만 집중할 필요가 없게 된 거다. 또한 남성들도 OTT를 많이 이용하기에 타깃층이 조금 더 넓어졌다"고 밝혔다. 다양한 이유가 맞물려 자연스레 여성 원톱 드라마들이 안방극장을 채우게 된 것이다.

여성 원톱물을 향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속 이유미 오수재 우영우 김유미 등 홀로 극을 이끄는 주체적인 여자 주인공들의 활약이 신선하면서도 유쾌하다. 다만 여전히 부족한 안방극장의 다양성은 다소 씁쓸하게 느껴진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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