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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 아베, 전직 자위대원의 총탄에 사망... 일본 '격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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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 아베, 전직 자위대원의 총탄에 사망... 일본 '격랑으로'

입력
2022.07.08 21: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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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8일 오전 피격 직전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연설 도중 괴한에게 두 차례 총격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동영상 캡처 사진. AP 교도 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8일 오전 피격 직전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연설 도중 괴한에게 두 차례 총격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동영상 캡처 사진. AP 교도 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8일 참의원 선거 유세 현장에서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 향년 67세. 2012년부터 약 9년간 총리를 지낸 '일본 최장기 총리'이자 집권 자민당 최대 파벌의 수장으로서 퇴임 후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일본 우경화를 주도한 아베 전 총리는 재임 시절 역사수정주의 행보를 하고 자위대 존재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을 추진해 한국 정부와 불편한 관계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 헌정 사상 최장수 총리이자 존경받는 정치가를 잃은 유가족과 일본 국민에게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는 조전을 아베 전 총리 유족에게 보냈다.

아베 전 총리는 8일 오전 11시 30분쯤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에 출마한 자민당 후보의 지원 연설을 하다가 총을 맞았다. 목 등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그는 곧바로 심장과 폐기능 정지 상태에 빠졌다. 의식이 없는 채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의료진은 이날 오후 5시 3분 사망을 선고했다.

총격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된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41)는 현재 무직 상태의 전직 해상 자위대원으로 확인됐다. 그는 쇠파이프 두 개를 검정색 접착테이프로 감싼 형태의 사제 총으로 두 발을 쐈다. 일본에선 총기 소지가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배후가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야마가미는 “아베 전 총리에게 불만이 있어 죽이려고 노렸다. 그의 정치 신조에 대한 원한은 아니다”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10일 실시되는 참의원 선거를 이틀 앞두고 '우익의 거물'인 아베 전 총리가 피격돼 숨지면서 일본 정국은 격랑에 빠져들었다. 지방 유세 일정을 취소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도쿄 총리 관저로 복귀했고, 아베 전 총리 사망 발표 직후 “상실감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눈물을 삼켰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는 위대한 리더십으로 일본을 이끈 지도자였고 내게는 소중한 친구였다”며 “그가 남긴 유산을 매우 존경한다”고 애도했다.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손자로 명문가 출신인 아베 전 총리는 2006년 9월~2007년 9월과 2012년 12월~2020년 9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총리를 지냈다. 정치권 최대 파벌인 자민당 아베파 수장인 그는 기시다 내각의 정책 우경화를 압박하며 막후 실세 노릇을 했다.

'보스의 부재'에 위기의식을 느끼는 일본 보수·우익의 결집으로 참의원 선거는 자민당의 압승이 예상된다. 기시다 총리의 정치·정책 성향은 아베 전 총리보다 유연하다. 기시다 총리가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우클릭 드라이브를 걸지, '자기 정치'를 할 기회를 노리고 당분간 정중동 행보를 할 것인지가 일본 정국 향배와 주변국과의 관계를 좌우할 전망이다.

역사수정주의자인 아베 전 총리는 재임 기간 교과서에서 일본의 전쟁 범죄에 대한 기술을 수정 또는 삭제했고, 주변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포기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한일 정부가 '한일 위안부 피해자 합의'를 발표했으나 피해자를 모욕하는 발언을 했고,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반발해 '수출 보복'으로 한일관계를 최악으로 밀어넣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미국과의 동맹에만 의존했던 일본 외교 정책의 변화를 꾀하고 중국을 견제하며 호주, 영국, 유럽과 외교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도 했다. 장기간 재임하면서 활발한 정상 외교를 펼쳤던 아베 총리의 죽음에 세계 전현직 정상과 외교관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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