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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사고 청정국' 일본조차... 아베 공격한 사제총 "만들기 쉽고 치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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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사고 청정국' 일본조차... 아베 공격한 사제총 "만들기 쉽고 치명적"

입력
2022.07.10 13:21
수정
2022.07.10 19:0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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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용의자 야마가미, 사제총 만들어 사용
"총기 제조법·재료 인터넷서 구해" 진술
사제 총기, 새로운 테러 위협으로 떠올라

일본 수사관들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총격 사건에 사용된 것이 사제 총기라고 8일 밝혔다. 트위터 캡처

일본 수사관들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총격 사건에 사용된 것이 사제 총기라고 8일 밝혔다. 트위터 캡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살인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가 범행에 사용한 총기를 집에서 직접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총기 규제를 두고 있는 국가에서조차 집에서 개인이 직접 만든 총기의 사용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당 총기가 "사제 총기 중에서도 가장 초보적 수준이지만 여전히 치명적이었다"고 지적했다.

9일 일본 마이니치신문 등 언론에 따르면, 40대 남성인 야마가미는 수사관에게 "총기 제조법은 인터넷에서 검색했고, 부품과 화약도 온라인으로 주문했다"고 진술했다.

총기는 가로 약 40㎝, 세로 약 20㎝의 크기로 제작됐으며 2개의 금속제 원통을 목제 판에 테이프로 묶어 고정한 형태였다. 총신 역할을 하는 통 안에는 캡슐이 들어 있고, 이 캡슐 안에 6개의 탄환을 담았다. 한 번의 발사로 1개 통에서 6개 탄환이 튀어나오는 구조였다.

야마가미는 경찰 조사에서 본인이 총신 3개, 5개, 6개에 이르는 무기도 제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야마가미의 집에서 사제 총기로 보이는 물건을 5개 정도 더 압수했으며, 나아가 범행에 사용한 총알조차 직접 만들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기초적 수준이지만 치명적"

8일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서 아베 전 총리를 공격한 범인 야마가미 데쓰야가 공격 직후 경호원들의 제압을 당하면서 사용한 사제 총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8일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서 아베 전 총리를 공격한 범인 야마가미 데쓰야가 공격 직후 경호원들의 제압을 당하면서 사용한 사제 총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야마가미가 제조한 사제총이 기초적인 수준이지만 강력하다고 평가했다. 사건 영상을 확인한 일본의 총기류 평론가 쓰다 데쓰야는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총의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며, 총을 발사한 후 피어오르는 연기를 볼 때 화약은 일반 총에 사용되는 것이 아닌 불꽃놀이용 흑색 화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호주에 있는 군비연구소(ARES)의 소형무기 전문가인 N.R. 젠젠-존스는 총기 옆으로 나 있는 전기 배선 같은 형상에 주목했다. 그는 로이터통신에 "용의자가 탄약통을 쉽게 구할 수 없는 일본 상황을 고려해 전기식 격발 장치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조잡하지만 치명적인 이런 총기를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쓰다 또한 "쇠 파이프와 부품 고정용 테이프, 화약 같은 재료와 부품을 모두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 지식이 있으면 총을 쉽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전직 해상자위대원이었던 야마가미는 근무 당시 무기 관리 부서에서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해상자위대 공보실 관계자는 언론에 "용의자는 구축함의 무기를 관리하는 부대 소속이었으며 총기의 유지 보수 등 기본 사항을 배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라현 경찰은 야마가미의 공격 후, 아베 전 총리로부터 20m 정도 떨어진 도로변에 정차한 유세 차량의 차체를 점검한 결과 간판 부분에서 탄환 구멍을 여러 개 확인했다. 사제 총이 상당한 위력임을 짐작할 수 있는 증거다.



엄격한 총기 규제 일본조차 "총기 공격 또 발생할 수 있다"

아베 전 총리의 시신을 담은 운구 차량이 9일 도쿄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아베 전 총리의 시신을 담은 운구 차량이 9일 도쿄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인터넷 시대에 사제 총기의 등장은 새로운 테러리즘을 유발할 수 있는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총기 사유가 허용되는 나라 미국에서는 온라인에서 구매한 부품을 조립하거나, 온라인에서 공유된 3D프린터 도면을 내려받아 사제 총기를 쉽게 만들 수 있는 형편이다. '고스트 건'이라는 별칭도 붙어 있다.

미국 정부는 4월 총기 제조부품을 판매하는 업체도 구매 고객의 신원 조사를 해야 한다는 새로운 규제를 공표했다. 싱가포르 또한 3D프린터로 제작된 총기류는 물론 도면까지 무단 소지하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일본은 총기규제가 엄격한 국가이자 총기를 이용한 범죄가 극히 드문 국가로도 손꼽혀 충격의 여파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국제 무기 조사 기관 스몰암즈서베이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일본은 1,000명당 3개의 총기를 사유하고 있어 주요 7개국(G7)중 그 수가 가장 낮다. 또 같은 기관의 2020년 통계에서는 10만 명당 0.03명이 총기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난다.

일본에서 총기 면허를 취득하려면 정신건강 진단을 마치고, 사격시험에서 정확도 95% 이상을 기록해야 하며, 강도 높은 신원조사도 통과해야 한다. 총과 탄약이 보관된 위치는 경찰에 보고해야 하고, 자물쇠와 열쇠도 별도로 보관해야 한다. 경찰은 1년에 한 번 총기를 검사하고 면허는 3년마다 갱신해 또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권총이나 기관총 같은 경우 원천적으로 개인 소유가 불가능하다.

사제 총기의 제작은 이 모든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통로다. 일본 니혼대학 위기관리학부의 가와모토 시로 교수는 AP통신에 "이번 사건은 일본 정치인들을 위한 보안 조치가 재점검돼야 함을 시사한다"면서 "유사한 공격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고 경고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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