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사교육계 모두 "입시를 위한 수학뿐"
"문제 풀이 암기만 해 원리와 과정 몰라"
국내에서 초중고교를 거쳐 석사학위까지 받은 허준이(39)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가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Fields Medal)을 수상한 이후 한국 수학 교육을 두고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허 교수는 필즈상 수상 직후 화상으로 진행한 국내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수학의 매력으로 '협업의 즐거움'을 꼽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수학교육은 입시 위주여서 토론하고 원리를 이해하기보다 풀이법을 암기하는 데 그쳐 폭넓은 배움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준열 건대부고 수학교사는 10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수능도, 내신시험도 문제 풀이 위주의 측정 방식이니 학생들이 수학을 배우는 목표는 결국 문제를 잘 풀기 위해서 아니냐"며 "점수를 잘 받기 위해 문제 풀이, 암기식 수업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평가 방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교육 현실도 바뀌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그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도입된 이후 교육방식이 다소 변화하기는 했지만 수능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그 시간에 한 문제라도 더 풀려고 한다"면서 "대입 평가 방식이 달라져야 협업하고 토론하는 혁신적인 교육에 설득력이 생긴다"고 짚었다.
입시 위주 교육에 대한 비판은 사교육 현장에서도 다르지 않다. 고정민 이투스 수학강사는 우리나라 수학 교육 현실을 감안하면 허 교수가 필즈상을 수상한 건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우리는 대입을 위한 도구로 수학을 공부해서 수학적 원리 탐구보다 문제 풀이를 암기하는 식으로 배운다"며 "(대학 진학 후에도) 증명을 한다거나 무언가 깨닫고 원리를 탐구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수학계가 발전하려면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하는데, 공식을 외우고 문제를 푸는 데만 익숙해진 사람들은 수학에 흥미를 갖기 어렵다"며 "무작정 외우다보니 결과는 알지만 왜 이렇게 되는지 과정을 모르기도 한다. 적어도 과목 흐름이나 연계성, 그 원리가 생성되는 과정들을 순차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허 교수의 지도교수였던 김영훈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수학 영재교육의 허점을 꼬집었다. 현행 영재교육 시스템에선 진짜 영재를 못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중퇴 이후 서울대에 입학한 허 교수도 학부를 졸업할 무렵에야 수학에 빠져들었다.
김 교수는 "우리의 영재교육 시스템은 허준이라는 사람을 놓치지 않았냐"며 "뛰어난 수학자들이 영재를 만나고 그들의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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