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지명 6일 만에 자진 사퇴
국정과제 첫발도 못 디딘 공정위 '당혹'
"성희롱 전력 인사 검증 때 알렸는데..."
윤 정부 부실 검증 비판도 거세질 전망
교수 시절 성희롱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0일 자진 사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정위 수장 후보로 지명한 지 6일 만이다.
송 후보자는 이날 "큰 공직을 맡아 국민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교직에만 매진하겠다"고 사퇴의 변을 남겼다.
상법 권위자인 송 후보자는 4일 윤석열 정부의 첫 공정위원장 후보로 지명됐다. 사법연수원 동기(23기)로 맺어진 윤 대통령과의 인연이 조명 받았지만, 지명 직후 정작 부각된 건 과거 그의 성희롱 전력이었다.
그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재직 시절인 2014년 8월 학생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넌 외모가 중상, 넌 중하, 넌 상이다"라며 제자들의 외모를 품평했다. 한 여학생을 향해선 동석한 남학생을 가리키며 "얘한테 안기고 싶지 않으냐"고 희롱하기도 했다.
송 후보자는 공정위원장 후보자 지명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부분 팩트가 맞다"며 자신의 성희롱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제가 자격이 없거나 문제가 되더라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려 한다"며 자진 사퇴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장관급 인사가 대부분 마무리된 가운데 마지막 단계 격인 공정위원장 인선이 불발되자 공정위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송 후보자가 후보직에서 물러나면서 공정위 수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조성욱 위원장이 여전히 맡고 있다. 이로 인해 공정위로선 새 정부 국정과제 추진 속도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겠다던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의 친족범위 현실화 등 공정위 관련 분야는 표류 중이다.
윤석열 정부의 인사 검증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거세질 전망이다. 송 후보자는 앞서 대통령실 인사 검증 때 자신의 성희롱 전력을 미리 알렸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공정위원장으로 그를 지명하면서 논란을 자초했고, 결국 지명한 지 채 일주일도 안 돼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송 후보자는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에 이어 새 정부 장관급 인사의 4번째 낙마 사례가 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송 후보자가 학교에서 교육과 연구에만 전념한 분이라 지금 상황에 굉장히 큰 부담을 느꼈을 것 같다"며 "새로운 의혹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