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생활물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 상승
경유·식용유 등 8개 품목 30% 넘게 올라
유류세 인하 효과 내지만, 농산물 뛸 수도
지난달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생활물가 품목 144개 중 123개가 뛴 것으로 나타났다. 경유, 식용유, 무, 국수 등 8개 품목은 1년 전과 비교해 30% 넘게 오르면서 소비자는 물론 자영업자의 시름을 깊게 만들고 있다.
6월 생활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10.4%) 이후 가장 높은 7.4%로 집계됐다. 6월 전체 물가 상승률(6.0%)보다 높은 수준으로 그만큼 소비자가 피부로 느끼는 고물가 충격은 더 컸다는 뜻이다.
전년 대비 가격이 오른 생활물가 품목은 5월 119개에서 6월 123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가격이 떨어진 품목은 18개에서 15개로 줄었다. 물가 상승 폭이 가장 컸던 10개 품목은 △경유 50.7% △식용유 40.3% △무 40.0% △감자 37.8% △배추 35.5% △국수 31.5% △휘발유·포도 31.4% △소금 29.3% △수입 소고기 27.2%순이었다.
기름값은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치솟고 있다. 6월 L당 경유, 휘발유 가격은 각각 2,089원, 2,984원으로 전년보다 714.6원, 506.7원 올랐다. 식용유 가격 급등은 4월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제한 여파가 컸다. 밀가루를 원재료로 한 국수 가격 역시 국제 곡물가가 오르면서 뛰고 있다.
무, 감자 등 농산물 물가 상승은 봄 가뭄으로 출하량이 감소한 게 결정적이었다. 소금은 지난해 8월 천일염 등의 출고가 인상이 1년 전과 비교한 6월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생활물가 품목 전반으로 넓혀 보면 외식 삼겹살(10.0%), 영화 관람(7.7%), 티셔츠(6.4%) 등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소비자 입장에선 먹고, 입고, 타고, 즐기는 모든 품목 가격이 오르는 셈이다. 또 식당 업주 등 자영업자는 식자잿값 인상 등으로 갈수록 불어나는 가게 운영 비용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물가를 제어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 일부 효력을 내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다. 기획재정부가 이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30%에서 37%로 확대하면서 이달 첫째 주 L당 경유, 휘발유 가격은 각각 27원, 42원 내렸다.
기재부가 미국·호주산 소고기에 연말까지 적용하기로 한 할당관세 0%도 수입 소고기 가격을 떨어뜨릴 전망이다. 다만 여름 장마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농산물 가격이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하락세인 국제 원자재 가격을 고려하면 정부가 앞으로 신경 쓸 부분은 수입 물가 같은 외부 요인보단 국내 요인"이라며 "여름철 생활물가가 폭염, 태풍 등 여름철 기후 변동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는 비축 물량 방출 등으로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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