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영국 맨체스터 상공엔 '웃는 소리'라는 뜻의 영문 '더 사운드 오브 스마일링'이란 문구가 난데없이 떴다. 작은 비행기가 이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달고 비행했는데 소리를 시각화한 일종의 개념 미술 퍼포먼스였다. 파란 하늘을 캔버스 삼아 파격을 이끈 작가는 한국계 미국인 청각장애 아티스트인 크리스틴 선 킴(42).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킴의 작품 세계를 집중조명했다. NYT는 "킴은 10여 년 동안 시적이고 정치적인 작업을 하며 말과 수어 등 언어와 소리의 경계를 허물며 그 관습을 뒤집었다"고 평했다. 킴은 세계 유수 미술관에서 요즘 주목받는 작가다. 2020년 2월 미국 프로미식축구리그 결승전 슈퍼볼에서 아시아계로선 처음으로 수어 공연도 선보였다.
킴은 장애를 예술에 적극적으로 녹이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그는 3월부터 뉴욕 퀸스미술관에서 '시간은 내게 또 휴식을 빚졌다'를 주제로 전시를 열고 있다. 수어를 활용한 대형 벽화 등이 이곳에 걸렸다. 킴은 인터뷰에서 "청각장애가 단지 장벽이 아니라 그것이 즐거움과 공동체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작업 배경을 들려줬다.
킴뿐 아니라 한국 가수들도 음악으로 장애의 장벽을 허물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낸 노래 '퍼미션 투 댄스'에서 '걷다' '즐겁다' '춤을 추다' '평화' 등을 뜻하는 여러 수어 동작을 안무로 활용해 세계 청각장애인 사회에 반향을 낳았다. 본보와 사회관계망서비스로 만난 필리핀인 오르줄라씨는 "화상으로 만난 친구가 울고 있어 물어보니 평생 소속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수어로 된 방탄소년단 춤을 보고 내가 특별하고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 곡은 미국 빌보드 주요 인기곡 차트인 '핫1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올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대상 격인 '올해의 음반상'을 받은 가수 이랑은 '공연 문자 통역 신청 매뉴얼'을 만들어 최근 온라인에 공유했다. 공연장에서 문자 혹은 수어 통역이 왜곡 없이 전달되기 위한 바람에서 한 일이었다. 그는 3월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연 공연에서도 무대 옆에 스크린을 세워 노랫말 등을 글로 띄웠다. 이랑은 "영화 '코다'(2021)에서 딸이 공연할 때 갑자기 청각장애인인 엄마, 아빠, 오빠의 시선으로 바뀌면서 적막이 흐른다"며 "그들에겐 '얼마나 지난한 시간일까'란 생각이 들어 농인 문화를 조심스럽게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어 개인 교습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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