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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조 원짜리 인류의 눈' 제임스웹, 130억 년 전 우주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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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조 원짜리 인류의 눈' 제임스웹, 130억 년 전 우주를 담다

입력
2022.07.12 17:30
수정
2022.07.12 18:47
2면
0 0

나사, 은하단 'SMACS 0723' 사진 공개
역사상 관측된 가장 깊은 우주의 모습
빅뱅 직후 초기 은하의 모습 볼 수 있어

미국 우주항공국(NASA·나사)이 11일(현지시간) 차세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찍은 수십억 년 전 우주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나사 제공

미국 우주항공국(NASA·나사)이 11일(현지시간) 차세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찍은 수십억 년 전 우주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나사 제공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성능을 지닌 우주망원경 제임스웹이 드디어 '13조 원의 몸값'을 제대로 증명했다. 지구에서 약 150만㎞ 떨어져 우주의 모습을 찍고 있는 제임스웹 망원경이 처음으로 지구에 보내 온 이미지에는, 초기 우주가 내뿜는 빛들이 가득 차 있었다.

회오리치는 은하, 우리은하와 같은 모습의 나선은하, 중력에 의해 휘어진 은하의 모습까지. 이 이미지 하나 안에만 은하 수천 개가 우주를 수놓고 있었다. 양성철 한국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사업단 책임연구원은 "천문학 역사상 적외선 영역에서 관측된 가장 깊은 우주의 모습"이라며 "빅뱅(우주 생성 단계의 대폭발) 이후 은하 생성 등을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인슈타인 이론이 사진으로 증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제임스웹 망원경이 촬영한 'SMACS 0723' 은하단 사진을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주의 역사에서 기록된 빛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130억 년 전 우주에서 온 빛"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천문연구원 설명에 따르면, 이날 공개된 사진에 나타난 빛의 대부분은 별(항성)이 아닌 은하다. 은하단은 약 46억 광년 떨어진 곳에 있다. 특히 사진 가운데 가장 크고 노란 빛은 이 은하단에서 가장 중력이 강한 중심부 은하다.

이 은하를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휘어진 붉은 빛은 실제로는 이 은하에 가려져 있어, 원래는 지구에서 관측할 수 없는 뒤쪽 은하들이다. 하지만 중심부 은하의 강력한 중력으로 인해 주변 공간이 휘었고, 그 휜 공간을 타고 빛이 흘러오면서 제임스웹 망원경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바로 이것이 알버트 아인슈타인 일반상대성이론의 증거로 여겨지는 '중력렌즈' 현상이다. 중력렌즈는 지구 먼 곳에서 출발한 빛이 지구로 오다가 중간에서 거대한 중력을 만나면 휘어지는 효과를 말하는데, '빛은 공간에서 직진한다'는 고전 물리학의 명제를 깬 현상이다.

허블망원경이 2004년 촬영한 우주 이미지 울트라딥필드. 나사 제공

허블망원경이 2004년 촬영한 우주 이미지 울트라딥필드. 나사 제공


허블망원경보다 100배 강한 성능

사진 주변부에 관측되는 수많은 점들은 'SMACS 0723' 은하단보다 멀리 위치한 다른 은하로 추정된다. 'SMACS 0723' 은하단 사진은 지금까지 인류가 관측한 것 가운데 가장 멀리 있는 우주 이미지다. 2003년에서 2004년 사이 허블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울트라 딥필드(화로자리 부근의 매우 작은 영역을 찍은 사진)보다 먼 곳을 촬영한 것이지만, 그 화질은 더 선명하다. 허블망원경은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영역을 중심으로 촬영했다면, 웹 망원경은 이보다 긴 파장대인 적외선을 이용해 촬영했기 때문이다. 적외선은 우주 먼지에 가려져 보기 어려웠던 별들도 효과적으로 투시할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과학계에선 제임스웹 망원경의 총체적인 관측 능력이 허블망원경보다 100배 강하다고 본다.

빛의 속도가 유한하기 때문에, 우주 사진에서 멀리 본다는 것은 단지 물리적 거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과거를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가 보는 40억 광년(1광년은 약 9조4,600억㎞) 거리의 별 모습은 40억 년 전 별의 모습이다. 먼 우주의 빛을 선명하게 얻을수록, 인류는 138억 년 전 우주대폭발(빅뱅)로 형성된 우주의 먼 과거 모습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제임스웹 망원경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이 망원경을 통해 우주 형성 직후인 135억 년 전 생성된 별빛을 잡아낼 계획이다. 135억 년 전은 빅뱅으로 인해 첫 은하가 생성된 시점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제임스웹 망원경이 사실상 은하의 시작 모습을 찍어낼 수도 있는 것이다.

총 사업비 100억 달러(약 13조 원)가 투입된 제임스웹 망원경의 관측 목표는 △초기 우주 △은하계 진화 △별 수명 주기 △원거리 외계행성 등이다. 양성철 책임연구원은 "사진 속 중심 은하가 46억 광년 거리라면, 작은 하얀 점들은 거의 초창기 우주의 은하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임스웹 망원경이 얼마나 더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첫 이미지(촬영시간 12시간 30분)보다 시간을 더 들여서 관측한다면 빅뱅 직후 초기 단계의 은하 구조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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