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전 총리 피살, 주목받는 일본 관련 책
일본 사회, 우경화 주장만 있는 것 아냐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체념 분위기도 배경
개헌 궁금하면 일본 침략 역사 살펴봐도
지난 한 주 한국 사회를 휩쓸었던 이슈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살 사건이다. ‘강한 일본’을 건설하려던 그가 무엇 때문에 살해됐는지, 구심점을 잃은 일본 보수 세력은 어디로 나아갈지, 한일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의문과 질문이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 아베 전 총리 피살을 계기로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국가’를 향해 내달릴지도 관심사다. 일본 국민은 지난 10일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여당 자민당을 포함한 ‘개헌 세력’에 압도적 승리를 안겼다. 일본 우경화에 속도가 붙어 ‘군대 보유 금지’를 규정한 평화헌법이 다시 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일본의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 읽을 만한 책 5권을 골랐다. 정치ㆍ경제ㆍ사회 분야 최신 연구부터 태평양 전쟁 패망 면면을 드라마틱하게 서술한 역사책까지 망라했다. 책 선정에서 박훈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 이창민 한국외대 일본학과 교수, 이수훈 전 일본대사,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의 추천을 받았다.
오해 깨고, 한국 돌아보고
한국 젊은 학자들이 내놓은 ‘주저앉는 일본, 부활하는 일본’(윤성사ㆍ2022)은 일본에 대한 최신 연구들을 실었다. 일본 우익이 평화헌법 개정과 군비 증가를 위해 열을 올리는 것은 사실. 다만 일본 내에서도 ‘우경화에 반대하고’ ‘과거에 반성하는’ 양심적 세력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우익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아베 전 총리 피살 전에 출간된 책이다. 사건 전후 일본 여론이 어떻게 변할지 비교해 보기 좋다.
‘피크재팬’(김영사ㆍ2020)은 일본이 '정점'을 찍고 쇠락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은 ‘스트롱맨’ 아베 전 총리를 내세워 빛났던 과거를 되찾으려 하지만, 고령화와 패배주의 확산 등으로 시간을 되돌리기에 늦었다고 진단한다. 27년간 일본에 체류하며 마이니치신문 기자 등으로 일한 미국인이 썼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일부 한국인은 일본의 어려움을 고소하게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을 경고의 메시지로 읽어야 한다”고 했다.
아베, 보수 장기 집권 이뤘지만 경제 물음표
아베 전 총리가 대표했던 자민당의 정치ㆍ외교 노선을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아베 시대 일본의 정치와 외교’(박문사ㆍ2022)다. 아베 전 총리는 2020년 여름에 물러났지만,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로 이어지는 ‘아베 이후 아베의 시대'는 계속되고 있다. 일본이 이미 '보수 장기 집권'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말하는 책이다.
‘일본이 선진국에서 탈락하는 날’(랩콘스튜디오ㆍ2022)은 일본의 원로 경제학자가 '아베노믹스'를 따갑게 비판한 책이다. 아베 전 총리는 돈을 풀어 엔저 현상을 유지하는 아베노믹스로 일본 경제에 활력을 잃게 했다. 일본 정치는 여야 모두가 아베노믹스의 문제를 알고도 인기를 얻기 위해 돈 뿌리기를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질타한다.
전쟁이 전쟁 부른 침략의 역사
‘일본은 왜 점점 더 큰 전쟁으로 나아갔을까’(소명출판ㆍ2022)는 일본이 1931년 만주사변 이후 미국, 영국, 중국을 향한 무모한 전쟁에 나선 과정을 들여다본다. 일본은 태평양 전쟁 직전 미국에 질 것을 직감하면서도 전쟁을 강행했고, 패망했다. 전쟁이 전쟁을 부르는 과정이 소설처럼 흥미롭다. 박훈 교수는 “일본이 재군비를 고민하는 상황에서 과거 침략사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개인적 증오범죄'인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이 정치ㆍ경제ㆍ사회와 어떤 관계에 있을까. 이창민 교수는 “일본 3040세대 중에는 범인처럼 직업 없이 고립된 채 살아가는 은둔형 외톨이가 꽤 있다”며 “경제적 어려움, 무기력과 체념에 빠진 사회 분위기, 이런 사회적 병폐의 연장선상에서 범행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