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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이 폭망?…수출이 ‘흥행 리스크’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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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이 폭망?…수출이 ‘흥행 리스크’ 줄였다

입력
2022.07.13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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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도 수출 덕분에 손실 폭 크게 줄여

영화 '헤어질 결심'은 기대보다 못한 흥행 수치를 보이고 있으나 수출 호조 덕분에 손실은 보지 않을 전망이다. CJ ENM 제공

영화 '헤어질 결심'은 기대보다 못한 흥행 수치를 보이고 있으나 수출 호조 덕분에 손실은 보지 않을 전망이다. CJ ENM 제공

지난달 29일 개봉한 영화 ‘헤어질 결심’은 극장가 기대작 중 하나였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11일까지 관객은 92만 명. 유명 배우 박해일과 탕웨이가 주연하고 올해 칸영화제 감독상(박찬욱)을 수상한 작품치고는 실망스러운 흥행 수치다. ‘헤어질 결심’의 제작비는 113억 원이다. 마케팅 비용 등을 감안하면 극장에서 300만 명은 봐야 손실을 보지 않을 액수다.

그렇다고 ‘헤어질 결심’이 흥행에 참패했다고 할 수 있을까. ‘헤어질 결심’의 극장 손익 분기점은 300만 명이 아니라 140만 명 정도다. 헤어질 결심의 수출액이 여느 한국 영화보다 커 국내 극장 흥행 부담을 대폭 낮춘 것이다. 평일 약 4만 명이 꾸준히 관람하고 있어 도달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

이처럼 한국 영화계가 수출에서 새 활로를 찾고 있다.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성공으로 수출 국가가 늘었을 뿐만 아니라 수출 단가도 부쩍 높아진 덕택이다. 국내 극장 의존도가 유난히 높은 한국 영화 산업의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헤어질 결심’은 192개국에 수출됐다. ‘올드보이’(2003)와 ‘박쥐’(2009) 등으로 쌓인 박 감독의 해외 인지도가 작용한 결과다. 수출 국가 수가 눈에 띄지만 더 눈여겨봐야 할 점은 수출 단가다. 영화업계에 따르면 ‘헤어질 결심’은 프랑스에 한국 영화 역사상 최고 가격에 수출되는 등 유럽 지역 국가들에 예전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팔렸다. 한 영화사 해외 판매 담당자는 “‘기생충’ 수입사들이 큰 수익을 남기고 ‘오징어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박찬욱 감독 신작에 대한 구입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며 “입찰 가격이 자연스레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영화 '비상선언'은 할리우드까지 진출했던 이병헌, 칸영화제 여자배우상 수상자 전도연 등 해외 인지도 높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쇼박스 제공

영화 '비상선언'은 할리우드까지 진출했던 이병헌, 칸영화제 여자배우상 수상자 전도연 등 해외 인지도 높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쇼박스 제공

지난달 8일 개봉한 ‘브로커’는 ’헤어질 결심’과 유사한 사례다. 제작비는 98억 원으로 여느 영화라면 극장에서 250만 명 정도는 봐야 손해를 보지 않지만 ‘브로커’는 손익분기점이 150만 명 정도다. 해외 판매 실적(188개국 수출)이 좋아 극장 손익분기점이 100만 명가량 낮아졌다. ‘브로커’의 관객은 11일까지 125만 명. 극장에서 이익을 남기긴 어려워 보이나 수출 덕에 손실은 크게 줄인 셈이다. 2018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인지도, 강동원과 이지은(가수 아이유) 등 한류 스타의 출연, 송강호의 칸영화제 남자배우상 수상 등이 해외 판매에 호재로 작용했다. ‘브로커’의 수출 단가 역시 이전 한국 영화들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름 흥행 대전을 앞두고 있는 ‘비상선언’ 역시 수출 덕분에 짐을 던 축에 속한다. 영화계에 따르면 ‘비상선언’은 수출(160여 개국) 덕에 극장 손익분기점이 100만 명 이상 낮아졌다. 이병헌과 전도연 송강호 등 해외 인지도 높은 출연 배우들이 수출에 힘이 됐다. ‘비상선언’의 제작비는 260억 원이다. ‘비상선언’은 330억 원을 들인 ‘외계+인’ 1부, 제작비가 270억 원인 ‘한산: 용의 출현’, 205억 원으로 만든 ‘헌트’ 등과 여름 극장에서 혈투를 벌여야 할 처지라 수익성에 대한 압박이 큰 상황이다.

수출 단가 상승은 한국 영화산업에 새 수익원을 제공할 전망이다. 한국 영화산업은 2000년대 불법 다운로드로 부가판권 시장이 무너진 후 극장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부가판권 시장은 주문형비디오(VOD) 활성화로 되살아나고 있다고 하나 영화산업 전체 매출 중 20.3%(2019년 기준)에 불과하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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