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기침체는 처음이다."
'맨큐의 경제학'이란 경제 교과서로 유명한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이런 취지의 말을 했다. 미국의 경기침체 여부를 공식 판단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에서 활동했던 맨큐 교수는 "이런 고용 상태에서 경기침체가 닥친다면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고용시장이 유례없이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최근에 나온 고용지표만 봐도 그렇다. 6월 미국의 신규 일자리는 37만2,000개 늘었다. 월가 예상치(26만8,000개)를 10만 개가량 웃돈다. 전월에 이어 실업률은 3.6%다. 역대 최저치에 가깝다.
월스트리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열두 차례의 침체를 경험했다. 경제 혹한기 중심엔 늘 '고용 감축'이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고용 성적표만 떼어놓고 보면 '매우 양호'다. WSJ는 이를 두고 "참 특이한 경기침체(a Very Strange One)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고용시장이 탄탄하다는 건 미국 사람들이 돈을 열심히 벌고 있다는 의미다. 좋은 뉴스 같지만, 시장은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긴축 공포'가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하강 압력을, 이 강력한 고용시장이 떠받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확산된 것이다. 고용 상황을 믿는 구석 삼아 연준이 금리를 더 화끈하게 끌어올릴 거란 전망은 점점 공포가 돼 가고 있다.
실제로 6월 고용지표 발표 이후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엔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무려 1%포인트 올릴 것이란 전망(13일 현재 7.6%)까지 새로 반영됐다.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92.4%다. 1%포인트라니. 통상적인 금리인상 폭(0.25%포인트)의 4배에 달한다. '울트라 스텝', '몬스터 스텝' 등 회자되는 용어조차 무시무시하고 참 강력하다.
못 할 것도 없다. 연준이 22년 만의 빅스텝(0.5%포인트 인상)에 나설 수 있단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금융시장이 바들바들 떨었던 게 불과 반 년 전이다. 올 3월 0.25%포인트 인상을 시장으로 연준은 기준금리를 1.5%포인트나 끌어올렸다. 이달 말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경우 미국의 금리는 단숨에 연 2.5%(상단 기준)로 치솟는다.
문제는 우리나라로 옮겨 붙는다. 한국은행이 13일 사상 첫 빅스텝을 밟았다. 6%를 뚫은 물가에 1,300원을 웃도는 원·달러환율, 한미 기준금리 역전 임박 등 금리를 끌어올릴 만한 재료가 널린 상황에서 나온 예고된 결과다. 하지만 빅스텝 이후가 더 걱정스럽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2,000조 원에 달하는 부채에 허덕이는 가계와, 벌이로 이자 내기에도 버거운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빚에 파묻히다 보면 지갑은 자연스레 닫힌다. 경기가 꺼질 각오를 해야 할지 모른다는 얘기다. 금리의 공포, 이자 폭탄의 무게를 아는 사람은 안다. ‘이자만 안 내도 숨을 쉬겠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는 것을. 한은도 이를 모를 리 없고, 올해 세 차례 남은 금통위에선 부채의 늪에 빠진 가계와 기업의 사정을 더 면밀히 들여다볼 가능성이 높다. 다만 경제주체 스스로 부채를 최소화하는 등 자구노력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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