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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탱크 위 14시간의 사투··· '시루섬 기적'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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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탱크 위 14시간의 사투··· '시루섬 기적' 재현

입력
2022.07.1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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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단양중학생 200명, 당시 급박한 상황 시연수해 때 처럼 물탱크 위 스크럼짜고 버티기 실험
기적 50주년 8월 19일에 생존자 60여명 상봉
단양군, "시루섬 주민의 단결과 희생정신 계승"

충북 단양 남한강의 시루섬. 한강의 밤섬처럼 강물에 둘러싸인 수중도다. 1972년 대홍수 때 고립된 주민 198명이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사연이 있어 '기적의 섬'으로 불린다. 충주댐 건설 이후 수십 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섬 전체가 습지와 초지로 변해 버렸다. 단양군 제공

충북 단양 남한강의 시루섬. 한강의 밤섬처럼 강물에 둘러싸인 수중도다. 1972년 대홍수 때 고립된 주민 198명이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사연이 있어 '기적의 섬'으로 불린다. 충주댐 건설 이후 수십 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섬 전체가 습지와 초지로 변해 버렸다. 단양군 제공



1972년 충북 단양 시루섬 주민들이 대홍수를 피해 물탱크 위에서 14시간을 버텨 극적으로 살아 남은 ‘시루섬의 기적’이 50년 만에 재현된다.

단양군은 오는 21일 군 문화체육센터에서 남한강 시루섬 주민들의 물탱크 생존을 실험하는 ‘밀도를 높여라’ 행사를 진행한다고 14일 밝혔다.

실험은 단양중학교 1·3학년 학생 200명이 참여해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재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민 198명이 홍수를 피해 물탱크에 오르는 모습, 서로 스크럼을 짜고 위로하며 사투를 벌이는 모습 등을 재연한다.

수해 당시 시루섬 주민 198명이 오른 물탱크는 지름 5m, 높이 6m크기. 이번 실험에서는 안전 사고 등을 고려해 모형 물탱크의 높이를 30cm(지름은 5m)로 낮췄다.

학생들은 최대한 몸을 밀착해 물탱크에 모두 올라간 뒤 10여분간 버티기에 도전할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당시 온 마을 주민이 팔을 단단히 걸어 죈 채 물탱크에 매달렸다. 급박했던 당시 얼마나 고밀도였는지, 어떻게 14시간이나 떨어지지 않고 버텨냈는지를 체험하고, 주민 단결력을 되새기는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시루섬 주민들이 올라가 목숨을 건진 마을 물탱크(1984년). 충주댐이 건설되면서 철거됐다. 단양군 제공

시루섬 주민들이 올라가 목숨을 건진 마을 물탱크(1984년). 충주댐이 건설되면서 철거됐다. 단양군 제공



이번 실험은 단양군이 다음달 19일 단양역 일원에서 여는 ‘1972.8.19 단양 영웅들의 이야기’의 사전 행사로 마련됐다.

올해 ‘시루섬의 기적’ 50주년을 맞아 준비한 이 행사에는 기적의 주인공인 시루섬 생존자 60여명이 참석해 합동 생일잔치상을 받는다. 동시에 당시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주민을 위한 천도재도 열린다. 지역예술인들은 사진전, 시화전, 다큐멘터리 공연, 설치미술, 백일장 등으로 시루섬의 이야기를 예술로 풀어낸다.

시루섬은 단양군 단양읍 증도리에 속하는 6만 1,000㎡ 규모의 남한강 수중도. 모양이 시루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평온했던 이 섬은 1972년 태풍 ‘베티’의 습격으로 섬 전체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당시 주민들은 마을 물탱크 위에서 서로를 붙잡고 14시간을 버틴 끝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압박을 견디지 못한 생후 100일된 아기가 숨을 거뒀다. 아기 어머니는 주민 동요를 우려해 밤새 죽은 아기를 껴안은 채 속으로 슬픔을 삼켰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주민들은 아이의 죽음을 뒤늦게 전해 듣고 함께 통곡했다는 아픈 이야기가 전한다.

'시루섬의 기적'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슬픈 사연을 알리기 위해 2017년 시루섬이 내려다보이는 남한강변에 조성한 '시루섬의 기적 소공원'의 동상과 표석. 단양군 제공

'시루섬의 기적'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슬픈 사연을 알리기 위해 2017년 시루섬이 내려다보이는 남한강변에 조성한 '시루섬의 기적 소공원'의 동상과 표석. 단양군 제공



단양군은 시루섬에 얽힌 사연을 알리기 위해 2017년 섬이 잘 보이는 단양역 인근 국도변에 ‘시루섬 기적 소공원’을 만들었다. 이곳엔 젊은 여인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동상과 스크럼을 짜고 사력을 다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담은 동판 조형물을 세웠다. 또 ‘시루섬의 기적’이란 글에 14시간 사투를 벌인 과정과 아이가 숨진 슬픈 사연을 기록해 놓았다.

단양군은 시루섬을 생태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섬을 연결하는 교량 ‘기적의 다리’를 건설 중이다. 590m 길이의 현수교인 이 다리가 완공되면 섬을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는 2.5㎞의 둘레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김문근 단양군수는 “반세기 전 대홍수의 아픔 속에서 보여준 시루섬 주민들의 단결과 희생정신을계승해 미래 단양 발전의 씨앗을 틔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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