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14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120년 전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실 잔치가 공연 예술로 재탄생한다. 국립국악원은 임인년인 1902년 덕수궁에서 열린 궁중 잔치(진연) '임인진연'을 재현한 공연을 8월 12∼14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올린다.
고종 즉위 40주년이던 1902년 음력 11월 8일 덕수궁 관명전에서 열린 임인진연은 조선왕조와 대한제국의 마지막 궁중 잔치로 기록돼 있다. 급변하는 개화기에 황실의 위엄을 세우고 내부적으로는 군신의 엄격한 위계질서를 보여주기 위한 행사였다. 대한제국의 자주성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당시 고종은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들어 황태자(순종)와 문무백관의 진연 개최 요구를 네 차례나 거절한 끝에 다섯 번째 요구에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당시 진연은 남성 신하들과 함께 공식 행사로 올린 '외진연'과 황태자, 황태자비, 좌우명부, 종친 등과 함께한 '내진연'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번 '임인진연' 공연은 그 중 예술성이 강한 내진연을 복원한 무대다.
이번 공연은 진연의 상세 내역이 기록된 '진연의궤'와 '임인진연 도병(그림 병풍)' 등의 사료가 있어 가능했다. 이들 기록물에는 행사 절차에 대한 설명부터 절차별 음악과 춤에 대한 기록, 잔치에 쓰인 그릇과 장식품에 대한 설명까지 담겨 있다.
내진연이 거행된 덕수궁 관명전의 모습은 도병을 토대로 무대 위에 재현한다. 연출과 무대 디자인은 국내 대표적 무대 미술가인 박동우 홍익대 교수가 맡았다. 공연 구성은 황제에게 일곱 차례 술잔을 올린 예법에 맞춰 선보인다. 궁중무용 봉래의, 헌선도, 몽금척, 가인전목단, 향령무, 선유락과 궁중음악 보허자, 낙양춘, 해령, 본령, 수제천, 헌천수 등 궁중예술의 정수를 선보인다. 당시 임인진연은 하루 종일 치러졌지만 이번 공연은 90분으로 압축했다. 음악과 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복잡하고 긴 의례와 음식을 올리는 절차 등은 생략했다. 객석을 황제가 앉는 '어좌'로 설정해 관객이 황제의 시선에서 진연을 바라볼 수 있게 한 것도 특징이다.
국립국악원은 이번 공연을 계기로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협의를 거쳐 120년 전 임인진연이 열린 덕수궁에서 진연을 재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올해 임인년을 맞아 자주 국가를 염원했던 대한제국의 임인진연을 중심으로 궁중예술의 가치와 의미를 소개하기 위해 공연을 마련했다"면서 "관명전 터에 준명당이 새로 들어섰는데 당시 연향이 펼쳐졌던 주 공간은 잔디밭으로 남아 있어 그 현장에서 임인진연을 재현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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