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파동 때처럼 면세자 증가 우려
지지율 반전, 대통령실·기재부 합작 해석도
기획재정부가 당초 면세자 증가, 세수 감소 등을 이유로 큰 틀의 소득세 개편을 주저했던 데 대해 관가 안팎에선 정반대 해석이 나온다.
우선 2015년 연말정산 파동으로 화들짝 놀랐던 기재부 내에 소득세는 함부로 건드리지 말자는 암묵적 합의가 생겼다는 분석이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터진 연말정산 파동은 소득공제 항목을 세액공제로 전환하면서 환급액이 줄거나 오히려 토해내는 직장인이 증가한 일이다.
당시 정부는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자녀세액공제 유지 △출산·입양세액공제 신설 △근로소득세액공제 확대 등을 통한 연말정산 보완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연말정산 환급액을 늘리는 이 조치들로 정부는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각종 공제 제도가 늘어나면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이 32%에서 48%까지 뛴 것이다.
소득세 전면 개편의 핵심인 과세표준 상향도 연말정산 파동 때처럼 면세자 증가가 뒤따르는 사안이다. '넓은 세원·낮은 세율'을 추구하는 기재부로선 과표 상향을 두고 고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통령실과 합작한 '큰 그림'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직장인 세 부담을 줄여주는 소득세 개편을 기재부 반대를 제압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주도하는 모양새로 비치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실제 11일 윤 대통령의 '중산층 세 부담 경감' 발언 이후 기재부 분위기는 소득세 개편 쪽으로 바뀌었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도 소득세 개편은 윤 대통령에게 좋은 카드다. 대기업 법인세율 인하,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윤석열 정부가 갖고 있는 '부자 감세' 이미지를 '직장인·서민 감세'로 누그러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53%에서 한 달 만에 37%로 떨어진 윤 대통령 지지율(한국갤럽 기준)을 반등시킬 호재로 작동할 가능성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학과 교수는 "아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과표 상향 등 소득세 개편을 대통령 지시로 기재부가 부랴부랴 추진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속사정이야 대통령실과 기재부 최고위층만 알겠지만 서로 죽이 맞아 돌아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