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값 금융위기 이후 최저
'14원 급등'에 당국도 속수무책
연준 고강도 긴축에 1350원 내줄 수도
미 달러화 가치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달러당 원화값이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경제위기급으로 간주되는 1,300원이 깨진 지 한 달도 안 돼 원화값은 1,326원까지 내줬다. 미국 금리 인상 공포에 유럽발(發) 경기침체 우려 등 전방위에서 달러화를 밀어올리는 악재들이 국내 외환시장을 강타한 탓이다.
환율 13년 만에 1326원 뚫어
15일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4원 오른 1,326.1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2009년 4월 29일(1,340.7원) 이후 13년 3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초토화시켰던 당시 수준까지 원화 가치가 추락했다는 뜻이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서만 137원 급등했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 확보에 불이 붙었다. 이달 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단번에 1%포인트 끌어올릴 거란 전망이 급부상하는 등 고강도 긴축 가능성이 강달러를 부추기는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달러인덱스)는 108.5선까지 올라 2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100을 기준으로 이를 웃돌면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는 뜻이다.
불안한 유럽 정세도 달러 독주로 이어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올해 유로존의 성장률을 종전 2.7%에서 2.6%로, 내년 2.3%에서 1.4%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의 경기침체 가능성은 유로화 가치를 20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시켰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연립정부가 극심한 내홍을 겪고, 독일 에너지 부족 사태 우려까지 커지며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재차 1달러 밑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당국도 속수무책... "1350원대 열어둬야"
외환당국도 달러 초강세에 속수무책이다. 당국의 구두개입 약발은 먹히지 않은 지 오래고, 원화가치 방어를 위해 역대급으로 달러를 내다 팔았는데도 소용이 없다. 실제 당국이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선 결과 지난 6월 말 국내 외환보유액(4,382억8,000만 달러)은 전월보다 94억3,000만 달러나 급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금융위기 때마다 고환율 소방수 역할을 했던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당국은 유럽과 일본 등 주요국 통화 가치가 동시에 하락하고 있는 만큼, 현재로선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다른 국가에 비해 과도하게 움직이거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불안심리가 극심해질 경우라면 모를까, 지금의 달러 강세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당분간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1,350원대를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전문위원은 "당장 이달 연준이 금리를 1%포인트 인상하는 등 고강도 긴축에 나설 경우 1,350원 돌파 가능성이 있다"며 "내달 발표될 7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에서 정점이 확인되기 전까진 환율 변동성과 변동폭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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