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학살 없을 것" 비명계에 통합 약속
97그룹 단일화·이 의원 수사 등이 변수
설훈도 출마... 당대표 선거 '8자 구도'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을 정면돌파하고 당 개혁을 통한 차기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차기 대권에 도전할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2012년 대선 패배 후 당대표를 거쳐 재수 끝에 대권을 거머쥔 문재인 전 대통령의 행보를 따르겠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데 저 자신을 온전히 던지겠다"며 "이 임무에 실패한다면 이재명의 시대적 소명도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대표로 선출된다면 '2년 후 총선 승리'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일종의 배수진을 친 셈이다.
최근 선거 3연패에 빠진 민주당 개혁을 위해선 "민생 실용정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대의 실패에 기대는 반사이익 정치를 끝내고 스스로 혁신하며 체감되는 성과로 국민의 사랑과 기대를 모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에 대해선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면서 "새로운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 책임지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에 "퇴행적 검찰 정치" 직격
'거대 야당'의 유력 당권주자로서 윤석열 정부와는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경제·민생 위기에 손놓은 3무(무능·무책임·무기력) 정권"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두 달 만에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고 있다"며 "민생 정치 대신 보복과 뒷조사가 능사인 퇴행적 검찰 정치"를 배경으로 꼽았다.
자신을 향한 검·경 수사는 '정치 보복'으로 규정했다. 그는 "수사는 밀행이 원칙인데 동네 선무당이 굿하듯 하고 있다"며 "조용히 진실을 찾아서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꽹과리를 치고 동네에 소문 내는 것이 목적"이라고 비꼬았다. 당대표로 선출될 경우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에는 "고발당하면 사법 리스크냐. 나는 먼지만큼의 흠결도 없다"고 일축했다.
비명계 의식 "공천 학살 없을 것" 통합 강조
당내를 향해선 '통합 정치'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계파 공천, 사천(私薦), 공천 학살이라는 단어는 사라질 것"이라고 비이재명(비명)계의 공천 불이익 우려를 다독였다. 다만 "누가 되더라도 당대표 공천권을 내려놓자"는 경쟁주자 강병원 의원의 제안에는 "이미 있는 당의 훌륭한 공천 시스템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선을 그었다.
설훈도 출마 선언... 97세대 단일화 등 변수
친이낙연계 주자인 5선 설훈 의원도 이날 이 의원을 겨냥해 "폭주하는 기관차를 세우겠다"며 당권 도전을 선언했다. 이날까지 당대표 출마자는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 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의원 4명과 3선 김민석 의원, 이동학 전 최고위원,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9명이다. 박 전 위원장에 대해선 당 차원에서 피선거권이 없다는 결정을 내린 만큼 8자 구도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관측 속에서도 비명계 결집이 당대표 선거의 변수로 꼽힌다. 비명계는 이 의원을 겨냥한 사법 리스크와 배타적 팬덤, 선거 패배 책임론을 고리로 본격 공세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이외에 △97세대 의원들의 단일화 △이 의원에 대한 수사 진척 상황 등이 현 구도를 흔들 수도 있다.
민주당은 오는 28일 본경선에 오를 당대표 후보 3명을 추리는 예비경선을 실시한 뒤 다음 달 28일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